왜냐면
반론-함께 사는 사회, 외국인도 법은 지켜야 15개국 언어로 미란다원칙 준수?설명도 없이 신분증 요구 강제연행
보호는 형사구금과 다르다?
신체자유 구속하므로 헌법상 구속
출입국관리법 개정안 여론수렴? 영장주의 도입하잔 다수여론 외면 법무부 출입국 소속 사무관이 ‘외국인도 법을 지켜야 한다’는 취지의 글(<한겨레> 1월4일치 33면)을 실었는데 그 내용이 실상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그는 글에서 ‘불법체류’ 외국인에 대한 단속 때 신분증을 제시하고 긴급보호서를 발부하며 15개 국가의 언어로 미란다 원칙을 작성하여 제시하는 등 적법절차를 준수하고 있다고 하였다. 그런데 실상은 출입국 단속직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공단의 길목에서 지나가는 외국인들에게 설명도 없이 신분증을 제시할 것을 요구하고 이에 즉시 응하지 못하면 이들을 강제적으로 봉고차에 태운다. 그런 다음 ‘불법체류자’로 확인되면 수갑을 채우고, 봉고차에 태운 채 봉고차가 일정 정도 채워질 때까지 다른 공단으로 떠난다. 이것이 ‘불법체류’ 외국인의 단속에서 보아온 낯익은 풍경이다. 그는 작년 12월13일 집행된 이주노조 간부들에 대한 강제퇴거조처는 해당국에 통보하여 협조를 얻는 등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며, 이들은 10년 이상 장기간 불법체류하고 있는 상태에서 적극적으로 법질서를 유린하면서 활동한 사람들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이주노조 간부들에 대한 단속과 강제퇴거조처는 노동조합의 합법화를 주도하던 노조지도부의 제거(추방)라는 정치적 의도 아래 이루어진 것으로 드러났고, 이주노조 간부들이 노동자로서 노동조합을 조직하여 활동하고 자신들의 신분을 합법화해 줄 것을 요구한 것을 두고 법질서를 유린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그는 출입국관리법상 ‘불법체류’ 외국인에 대한 단속 및 보호는 불법체류 외국인의 출국이라는 행정목적을 담보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신체의 자유 제한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형사구금과는 그 목적이 달라 형사사법절차의 인신구속과 동일한 선상에서 판단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출국에 대비하여 신병 확보를 목적으로 한다는 보호시설은 여수화재참사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범죄인에 대한 형사처벌을 목적으로 하는 교도소의 구금시설과 다르지 않거나 오히려 처우면에서 열악하고, ‘단속’과 ‘보호’란 본질적으로 신체의 자유를 구속하는 성격을 가진다는 점에서 헌법상의 체포와 구속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는 입법예고된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은 1년 이상의 기간 충분히 여론을 경청하여 마련한 것이고, 길거리 단속 때 경찰관직무집행법상의 불심검문규정을 원용하여 절차를 보완하고, 건조물에 진입하는 경우 원칙적으로 동의를 얻도록 하되, 불법체류 외국인이 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한해 건조물 진입을 허용하도록 단속규정에 미비된 내용을 보완하였다고 소개하면서 내외국인을 막론하고 엄정하게 법을 집행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다수 여론은 미등록 외국인에 대한 ‘단속’과 ‘보호’ 때 인권의 보호를 위해 영장주의 원칙과 사법적 통제절차를 도입하자는 것이었다. 특히 국가인권위원회는 외국인에 대한 강제단속 및 연행의 요건, 절차를 엄격하게 규정하고 신체의 자유를 제약하는 조처에 대하여 형사절차에 준하는 수준의 감독체계를 마련할 것을 권고하였다. 그런데, 1년 이상 여론을 경청하여 마련하였다는 개정안의 주된 내용을 보면 출입국공무원들의 단속권한을 강화하는 게 뼈대를 이룬다. 첫째, 출입국관리공무원이 판단하여 의심할 만한 이유가 있으면 언제든지 외국인을 정지시켜 여권 등의 제시를 요구하고 질문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반면, 경찰관직무집행법에서 두고 있는 동행요구거부권이나 공무원의 증표 제시의무, 목적과 이유에 대한 설명의무, 가족 등에 대한 고지의무 등의 절차규정은 모두 생략한 채 불심검문 권한만을 부여하고 있다. 둘째, 출입국공무원은 ‘불법체류’ 외국인이 있다고 의심할 만한 이유만 있으면 언제든지 사업장이나 영업소 등에 영장 없이 사업장 관리주체의 의사에 반하여 출입·조사할 수 있되, 이에 대한 아무런 통제절차도 두지 않음으로써 압수수색 때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발부받도록 한 헌법 제12조, 제16조의 영장주의 원칙을 전면적으로 부정하고 있다. 법무부는 그렇지 않아도 ‘인간사냥’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출입국의 반인권적 단속관행에 대해 개선하기는커녕 영장주의와 적법절차의 통제를 받지 않는 규정을 만들겠다는 의도를 노골화하고 있는 것이다. 법치란 사람을 구속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그래야 당사자들에게 지키라고 요구할 염치가 생기는 것이 아닌가. 법무부는 출입국관리법의 개악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권영국/변호사·민변 이주모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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