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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1.14 18:07 수정 : 2008.01.14 23:51

왜냐면

해를 넘긴 파업에도 꿈쩍않고

불법 파견 은폐하고 차별 고착화 혈안

공권력 진압 시도는 사태만 악화

노 정권은 임기 내 해결해야


“어이어~” “어이어~!” 금융시장의 중심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KRX) 앞에서는 새해부터 지금까지 가슴이 미어지는 장송곡과 곡소리가 이어진다.

지난 1월2일 증권선물거래소 증시개장식이 열리던 날 건물 안에서는 재정경제부 장관 등 고위공무원들과 기업인들이 화려한 와인파티와 부페로 축하행사를 했다. 하지만 담벼락 밖에는 120일 넘게 단체교섭을 요구하며 비닐천막에 의지한 채 노숙생활을 해 온 코스콤 비정규지부 조합원 90여명이 주무부서인 재경부에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자 장례식 풍경을 연출했다. 이것은 분명 우리 사회의 극심한 양극화 현상을 보여준 장면이다.

그런데 비정규직의 곡소리가 그렇게도 싫은지 이제는 아예 정부가 눈에 거슬린다는 이유로 여의도의 명물이 돼 버린 ‘비정규직 희망의 마을’을 짓밟으려 한다. 사태 해결에 역행하고자 하는 것과 다름 없으니 심히 우려된다.

무노동 무임금이라는 악법 때문에 지칠 때로 지친 노동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과연 무엇이 있을까? 20여일 살을 깎는 단식, 검은 살점을 도려내는 조합원 전원 삭발, 그리고 추위에다 2 폐쇄회로(CCTV)탑이 흔들려 자칫하면 목숨이 위태로워지는 것도 감수하고 진행한 조합원들의 고공시위로도 법이 인정한 정당한 권리를 찾을 수 없다면 도대체 어떤 방법을 선택해서 권리를 주장하란 말인가?

코스콤 비정규직들은 십수년 정규직의 27%에 불과한 임금을 받으며 착취당하고 혹사당했다. 그리고 노예 같은 삶, 차별적 인권유린 등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을 딛고 지난해 5월19일 노동조합을 결성했고, 그해 9월12일 파업을 시작해서 지금 해를 넘겨 투쟁을 벌이고 있다. 파업기간 경찰과 용역깡패들의 폭력으로 조합원 셋 중 한 사람꼴로 응급실에 긴급 수송됐으며, 상해 진단일수 합계가 무려 300일에 이른다. 또한 경찰은 세 차례 합산해 조합원을 120여명이나 연행했다.

국정감사에 출석한 이상수 노동부 장관이 ‘법률전문가 세 사람에게 자문을 구한 결과, 두 명이 ‘위장도급’, 나머지 한 명이 ‘불법파견’이라고 판단했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는데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코스콤은 지금도 불법적 비정규직 사용을 은폐하고 앞으로도 비정규직 차별을 고착화하려고 혈안인 것이 더 큰 문제다.

노무현 정권이 만든 비정규직법은 결과적으로 비정규직의 눈물을 닦아주기는커녕 피눈물을 짜내고 거리로 내몰고 있다. 이제라도 현 정권은 사태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다. 특히 공권력을 동원한 농성장 침탈 및 비정규 노동자 탄압 시도는 즉각 중단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코스콤 비정규직 문제를 차기 정부에 멍에로 넘기지 말고 신속하게 마무리해야 한다.

분명히 십수년 함께 일하고 직접 업무지시를 받았다면 정규직화해야 하는 것이 올바른 해결 방향이다. 정부는 그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코스콤을 상대로 파업을 전개할 수밖에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아픔을 가슴에 새겨야 한다. 지금도 전국 곳곳에서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이라는 명분으로 사업주의 이익 때문에 거리로 내몰리고, 고통받는 비정규직들이 얼마나 많은지 정부는 직시해야 하며, 강제 진압은 노동 문제에 더 큰 재앙을 부를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오늘도 깊은 어둠이 ‘공권력’을 품고 ‘비정규직 희망의 마을’로 다가올지 모르지만 추운 비닐 천막 안에는 비애 속에서도 “인간답게 살아보자”는 사람 냄새로 가득하다.

정인열/코스콤 비정규지부 부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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