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초동대응 미비·이중선체 미도입 등정부도 책임자라는 관점에서 제정해
피해보상범위를 한정하지 말아야 한다
처벌 강화·환경집단소송도 명기해야 태안 앞바다 기름유출 사고가 일어난 지 한 달 넘게 지났다. 자원봉사자들의 땀과 노력으로 해안은 점차 본래의 모습을 되찾고 있으나 타르 덩어리는 전라도 해안을 넘어 남해안까지 덮쳐 피해액을 눈덩이처럼 늘리고 있다. 그러나 사상 최악의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누구하나 책임을 통감하거나 사과하는 사람이 없다. 가해자인 삼성중공업과 유조선 측은 대형 로펌들을 선임해 책임 회피에 급급하다. 한순간에 생활터전을 잃은 피해주민들은 살길이 막막해 급기야 생을 포기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여기에 급한 복구작업에 매달리다가 한숨 돌려 피해보상을 청구하려니 제대로 알려주는 곳이 없어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보다 못한 환경법률시민단체들이 법률대책회의를 구성하고 100여명의 변호사 등 법률봉사단을 조직하여 태안 현지에 ‘서해기름유출사고 공익법률상담소’를 개설하고 법률지원 사업을 하기에 이르렀다. 피해어민들의 분노가 폭발할 지경에 이르자 각 정당에서도 피해어민들을 지원하기 위한 특별법을 준비 중이다. 특별법의 내용은 대체로 일정 범위의 보상금에 대한 선지급, 피해보상이 용이하지 않은 관행어업인과 영세상공인 등에 대한 지원, 해양생태계의 복원 등으로 이뤄져 있으나 원론적인 규정만을 담고 구체적인 내용은 대통령령으로 위임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급한 피해주민들은 과연 얼마의 선급금과 지원이 이루어질 것인가에 관심이 집중된다. 각 당의 특별법이 지원하는 선급금 등은 유류오염손해배상보장법에서 정하는 유조선 보험사(P&I)와 국제유류오염손해배상기금(IOPC)의 보상한도인 3000억원 이내에서 일정금액만을 지원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이 금액은 피해어민들의 피해액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액수다. 이번 태안 기름오염 피해의 직접적인 원인은 유조선과 크레인간의 선박 충돌이다. 그러나 정부의 항만관리 소홀, 유류배출에 대한 초동 대응 미비, 이중선체 규정의 미도입 등으로 피해가 확산되게 하거나, 책임한도 1조원에 달하는 추가 국제기금에 가입하지 않아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잃게 한 정부의 책무 위반도 있다. 그렇다면 정부는 기름유출 피해의 책임자라는 관점에서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 따라서 선급금 등의 지급범위를 3000억원으로 한정해서는 안 된다. 실제로 2002년 스페인 해안에서 발생한 프레스티지호 기름유출 사고 당시 스페인 정부는 국제기금 배상한도액을 넘는 선급금을 피해주민에게 지급하고 후에 국제기금으로부터 구상을 받은 적이 있다. 이번 특별법에서 피해보상의 사각지대에 있는 생계형 주민들이 보상에서 한 사람도 제외되지 않게 해야 함은 물론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해양오염 사고가 한해에 400∼500건에 이르고 있음을 고려해 총선을 의식한 땜질식의 한시법이 아니라 근본적인 해양오염 사고 대책 마련을 위한 법규가 되도록 해야 한다. 그동안 많은 학자들이 주장해 왔던 환경집단소송제도를 도입하고, 이번 사고를 일으킨 삼성크레인의 하루 임대료에도 못 미치는 벌금형에 불과한 처벌규정을 강화해야 한다. 이중선체 구조를 즉시 도입하고 미국과 같이 원유수입 세금을 신탁기금으로 만들어 방제 비용과 손해 배상금으로 사용하는 제도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만약 시간상 제약으로 특별법에 이런 제도 도입이 어렵다면 관련 법규의 개정을 통해서라도 후진국형 인재로 인한 피해가 재발하는 것을 꼭 막아야 한다. 남현우/서해기름유출사고 공익법률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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