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여성정책은 보육·가족정책뿐 아니라성인지적 관점서 정책 전반과 연결돼야 한다
복지에 여성을 대충 얽는 실용주의라면
저출산·여성 사회참여 저조 등 성장동력의 저해라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16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정부 조직 개편 발표에서 찾을 수 있는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은 다음과 같다. 먼저, 긍정적 측면은 정부 조직 운영을 좀더 효율적으로 하고자 하는 노력이 깃들어 있다는 점이다. 반면, 부정적인 면은 조직 개편에 따른 사회적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꼼수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꼼수인가? 정부 운영의 효율성을 지상 과제로 내세우면서 조직 통폐합을 시도하지만,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가 합쳐져서 보건복지여성부가 되는 것이 어떻게 효율적인가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여성계의 반발 때문에 보건복지에 ‘여성’을 슬쩍 넣는 식의 통폐합안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인지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 ‘여성’ 이슈는 단순히 복지뿐만 아니라 정부 정책의 전반적 흐름과 연결되어야 한다. 여성 이슈 혹은 성차별 이슈 제기는 부서 명칭에 ‘여성’이라는 표현을 하지 않고도 할 수 있다고 반론할지 모른다. 성평등이 나름대로 이루어졌다는 대부분 서구 선진국가에서 ‘여성’을 부서 명칭에 포함시키는 경우가 별로 없다는 반론도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선진국가들은 1960년대 말 이후 여성운동이 사회 변화의 커다란 한 축을 담당하면서 ‘젠더 이슈’가 수십년에 걸쳐 자연스럽게 모든 정책 분야에 스며드는 역사적 과정을 겪었다. 그래서 정부 조직에서 특별히 ‘여성’을 강조할 필요성이 없었다. 그러나 다른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성운동 전개가 취약하였던 독일에서는 부서 명칭에 ‘여성’이 있음으로써 ‘연방 가족·노인·여성·청소년부’(BMFSFJ)가 중심이 된 ‘성인지적 정책 흐름 주도 → 성별 역할분리 구도 극복을 위한 다양한 정책 도입 → 남성의 가사노동과 여성의 취업활동 참여 장려 → 저출산 문제 해결의 실마리 발견’이라는 획기적인 정책 변화가 최근 들어서 가능하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독일과 비교하더라도 여성운동의 독자적 세력화가 미약한 국가이다. 따라서 여성정책을 독자적으로 다루는 정부 전담 부서의 필요성이 다른 어느 국가보다 높았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대인복지 서비스를 성인지적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전개할 필요성은 보육·가족 업무를 함께 주관하는 여성가족부 탄생으로 이어진 것이다. 결국 여성가족부 업무는 보육·가족정책 관련 서비스만이 아니라, 성인지적 관점에서 정부 정책 전반의 성평등성 점검과 정부 정책에서의 성주류화 비전 제시에 있다. 그런데 정부 정책 차원에서 성주류화를 어떻게 실현할지에 대한 명확한 비전 제시 없이 기존 보건복지부에 ‘여성’ 명칭 하나 추가한다고 정책에서 성주류화 실현이 가능할까? 저출산 문제를 집단으로서 여성의 호응 없이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가? 지속적 경제성장이 지금과 같은 여성 관련 지표를 토대로 가능하다고 보는가? 이런 질문에 별로 관심도 없고 질문 내용 자체도 이해가 잘 안 된다면 차기 정부가 추구한다는 실용주의는 사이비 실용주의가 될 것이다. 왜? 복지에 여성을 대충 얽는 식의 실용주의는 결국 저출산 문제의 지속, 여성의 낮은 사회 참여, 성장 동력의 감소라는 결과를 낳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통령 당선인이 여성운동 대표들 앞에서 “여성가족부는 존치하겠다”고 한 약속을 그냥 무시하기는 뭣하고, 그래서 보건복지부 뒤에 ‘여성’을 붙였다면, 그런 꼼수는 그만 쓰는 것이 어떨까? 진짜 실용주의가 힘들어질 수 있다. 정재훈/서울여대 부교수·사회복지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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