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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1.24 19:36 수정 : 2008.01.24 19:36

왜냐면

무리한 운행·항해일지 조작 명백한데
검찰 해당기업 봐주기 수사의 전형
삼성중공업은 사과한다면서 정작
자신의 잘못 때문에 발생했다는 내용도
사고 책임지겠다는 내용도 없다

지난해 12월7일 삼성중공업 소속 예인선과 허베이스피리트호 충돌로 발생한 서해안 기름유출 사고는 태안반도뿐만 아니라 서해안 대부분 지역을 초토화시키고 주민 삶의 터전을 빼앗아 버렸다. 생계를 잃고 비관해 오던 지역 주민 세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깝고 참담한 상황으로 이어졌다. 뿐만 아니라 국내 유일의 해안국립공원인 태안해안국립공원을 포함한 천혜의 자연생태계는 수 십년이 걸려도 회복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하게 오염되었다.

사고 발생 50여일이 지나서야 검찰 중간수사결과가 발표되고 사고를 낸 당사자인 삼성은 대국민 사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수사 결과나 삼성의 사과 수준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마리를 제시하기보다 수많은 피해지역 주민은 물론이고 온 국민의 분노만 부추기고 있다.

이번 수사결과는 한마디로 삼성 봐주기 수사, 짜맞추기 수사의 전형이었다. 풍랑주의보 속에서 무리하게 운행한 점, 항해일지를 조작한 점 등 누가 봐도 삼성의 중과실이 있었음에도 수사 과정에서 운항과 지휘 책임, 항해시스템 문제를 조사하기 위해 해당 책임자를 소환하지도 않았다. 해당 기업에 대한 압수수색조차 진행하지 않고 결론을 내버린 것이다.

검찰보다 한 술 더 뜬 곳은 바로 삼성이다. 삼성중공업은 그간의 침묵을 깨고 주요 일간지에 사과문을 실었으나 사과문 어디에서도 이번 사고가 자신들의 잘못 때문에 발생했다는 내용도, 또 이번 사고에 책임을 지겠다는 내용도 찾아볼 수 없었다. 또한 사고 책임을 자신들의 잘못이 아니라 갑작스런 기상 악화로 돌리면서 책임을 피하려는 술수까지 담고 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삼성이 침묵하는 동안 100만명이 훨씬 넘는 자원봉사자들이 삼성이 저질러 놓은 오염물질(기름)을 제거하기 위해 온 정성을 다했음을 전국민이 알고 있음에도 삼성은 사고 직후 현장 방제활동에 전력을 다했다는 뻔뻔한 내용을 싣고 있다. 국민들의 눈을 피해 숨어서 방제활동에 일부 참여한 것이 삼성이 다한 최선의 모습이라면 이후 삼성이 보여줄 태도가 어떤 것인지 짐작이 가고도 남음이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고 보니 피해지역 주민들이 기댈 곳은 바로 자신들밖에 없다고 생각하게 되고 삼성의 거짓 사과가 있은 지 하루 만에 3천여명의 지역주민들이 상경시위를 하기에 이르렀다.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시민단체들은 삼성을 직접 고발하는 운동을 벌이겠다고 천명하고 나섰다.

삼성이 더는 피해지역 주민과 국민을 우롱하지 말고 이제라도 진정성이 담긴 사죄를 할 것과 이번 사고로 발생한 지역주민들의 피해 보상과 생태계 회복을 위해 무한책임을 질 것을 천명하기 바란다. 그 길만이 삼성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방안임을 삼성이 알기를 희망한다.


최승국/녹색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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