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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1.24 19:39 수정 : 2008.01.24 19:39

왜냐면

통신 목적은 사람과 사람의 연결끈
쌍방 부담땐 안부전화 사라질 것이다
통신회사 수익은 유지하게 해주면서
서민들 절약만 강요하는 방식
이번엔 꼭 납득할 만한 인하정책을

“아버님 건강하시죠? 안녕히 계세요.” 어쩌면 앞으로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드리는 안부전화도 이렇게 할지 모르겠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휴대전화를 거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함께 요금을 내도록 하겠다고 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통신비 쌍방향 요금제도는 통신비를 포함한 서민생활비 30% 절감이라는 공약, 특히 통신비 20% 인하를 추진하겠다는 공약에 대한 실행 방안으로 보인다. 불필요한 통화를 줄임으로써 통신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생각일 것이다. 이에 대해 스팸전화 요금도 내가 내야 하는가, 회사에서 업무상 걸려온 전화 요금도 내가 부담해야 하는가, 여러가지 불평불만식 논란이 분분하지만 여기서 원론적인 부분부터 짚어볼 필요가 있다.

첫째, 통신의 본래 목적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연결끈 구실을 하는 것이다. 물론 업무상 필요해서 통화를 하는 사람도 많지만 인적 네트워크를 연결하기 위해, 혹은 사람의 정을 느끼기 위해 통화를 하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멀리 떨어져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가족이나 친척들, 그리고 학교를 졸업한 뒤 보지 못해 그리운 친구들을 찾아 따스한 인간의 정을 느끼기에는 전화만한 도구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전화를 함으로써 상대방에게 요금을 부담하게 하는 일이 일어나게 되면 고향에서 힘들게 생활하시는 부모님께 안부전화 한답시고 전화해서 부모님의 생활비만 축내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둘째, 불필요한 통화를 줄임으로써 감소하는 통신비는 ‘절약’이지 대통령 공약으로 내세운 ‘인하’는 아니다. 매월 지출되는 통화료가 부담이 되면 통화 시간이나 횟수를 줄이면 된다. 10분 통화할 것을 8분만 통화하고 10번 통화할 것을 8번만 통화하면 되는 것이다. 이는 정부가 서민의 생활비를 줄여주겠다고 나서지 않더라도 국민 개개인이 나서서 실천하면 되는 것이다. 이것은 ‘절약’이다. 하지만 공약으로 내세웠던 ‘인하’라는 것은 지금처럼 10분을 통화해도 8분을 통화한 만큼만 비용을 납부하는 것이고, 10번을 통화해도 8번 통화한 만큼의 비용을 납부하는 것이다. 결국 쌍방향 요금제는 기업인 통신회사가 가져가는 수익은 그대로 유지하게 하면서 일반 서민들에게 절약하기만을 강요하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정책이라고밖에 이해할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이동통신이 시작된 지 20여년, 대중화된 지 10여년이 되었다. 그동안 요금인하를 요구하는 이야기는 수없이 나왔고 그만큼 요금인하 정책도 많이 나왔다. 하지만 국민이 납득할 수준의 요금인하 정책이 나온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최근 나왔던 망내 할인 요금제만 봐도 그렇다. 망내 할인을 위해서 기본요금을 더 내라는 것은 국민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인하는 아니다. 이제 새롭게 시작하는 정부는 대통령 당선인이 인수위에 주문했던 것처럼 혼을 담아 일반 서민의 편에서 기업과 국민이 공생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김정중/서울 도봉구 도봉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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