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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1.31 19:10 수정 : 2008.01.31 19:55

왜냐면

서민 고통이 초절정에 달한
이 좋은 기회를 날려버린
민노당의 몰락을 어찌 바라봐야 할까
엔엘이니 피디니 대중들은 관심도 없다
지금 필요한 건 잘 다듬어진 정책이다

80년대 태어나 ‘살기좋은’ 민주화 이후 2000년대 대학 학번을 꼬리표로 달고 사는, 이십대 중반을 갓 넘은 철없는 대학생이다. 참고로 덧붙이자면, 소위 말하는 ‘운동권’도 아니고 취업준비에 바쁜, 그러나 ‘진보적’ 가치에 어떻게든 가까이 가려고 노력하는 보통의 학생이다. 다만 정치학이 전공이라 정치에 또래보다 약간은 관심이 더 많을 뿐이다. 그런데 요즘 그 관심마저도 냉소와 환멸에 사라져가고 있다. 나름대로 진보 쪽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정치에서 투표할 정당이 없기에 매우 난감하기 때문이다. 보수 일색인 대한민국 정당체제에서 그나마 희망을 걸고 곁눈질로 흘끔거리며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정당은 민주노동당 뿐인데, 요즈음 민노당의 사정을 보면 있던 정마저 떨어질 지경이다.

소위 자주파니 평등파니 해도 무슨말인지도 모르겠고, 노선투쟁을 넘어 민노당의 몰락 원인을 서로 떠넘기는 모습은 처참할 지경이고 제대로 된 대중정당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모습에 ‘위험하게도’ 역시 ‘운동권 정당’이구나 하는 냉소마저 짓게 만든다. 신자유주의와 그에 파생된 양극화로 서민들의 고통이 초절정에 달한 이 좋은 기회를 날려버린 민노당의 몰락은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우선, ‘엔엘’이니 ‘피디’니 그런 거 대중들은 아무도 신경쓰지도 않는다. 최루탄 냄새 한번 맡아보지 않은 젊은 세대들은 이따금 386선배들이 던져주는 사회구성체 논쟁이나 엔엘-피디 논쟁을 ‘전설’로 들었을 뿐이다. 80년대 낡은 이념투쟁으로 시대를 구획하기에는 이 시대는 너무도 방대하고 복잡하다. ‘별빛이 갈 곳을 찬란하게 비춰주던’ 80년대나 통용되었던 이념으로 ‘실용’에 열광하는 21세기 인민대중을 계몽시키고 민족적 계급적 각성을 일깨워 줄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런 용어에 한때 열광했던, 이제는 부동산과 펀드와 육아문제에 골몰하고 있는 그 옛날 386선배들에게도 전혀 다가갈 수 없다. 노선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민주노동당을 서민들에게 각인시키고 내 소중한 한표가 내 고달픈 삶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민노당을 지지하면 진짜 ‘살림살이’가 나아질수 있을지와 같은 현실성과 효과성에 대한 믿음을 주는 것이다.

운동권 근처에 가보지도 못한 내가 정말 민노당에게 묻고 싶은 건 이념적 순결성과 대중정당으로서의 수권 가능성을 추동해 줄 전략·전술의 유연성이 동시에 추구되어질 수 없는 것인가다. 짧은 소견으로는 한국의 사회주의 정당은 자주파가 주장하는 ‘민족모순’과 평등파가 주장하는 ‘계급모순’이 둘다 혼재돼 있다. 잘 알지 못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두 이념은 동시에 추구될수 있으며 또한 그래야만 한다고 본다. 북한의 핵무장을 자위권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좋지만 그렇다고 핵무장이 정당화 될 수 없다는 것도 덧붙여져야 하며, 북한과의 관계는 일반 주권국가간의 관계가 아니라, 냉전과 이데올로기와 제국주의 체제하에 희생된 ‘피해자들’이라는 특수관계라고 보아야 한다. ‘민족’이 절대적인 테제가 아니라 ‘공동운명체’로서 함께 ‘연대’해야 하는 관계다. ‘진보’라는게 그런거 아닌가. 약한 자들끼리 연대하고 ‘사안’별로 진보적 가치를 투영하는, 그런 ‘멋지고 쿨한 거’ 아닌가. 소위 ‘종북주의’라는 말로 ‘한줌도 안되는 3%’의 일부가 상대를 몰아붙이는 것도 혐오스럽고, 그 어느 시대보다도 계급모순이 심각한 신자유주의에 대해 눈감은, 좌파도 진보도 아닌 민족주의자들도 고리타분하다.

앞서 말했듯, 지금 민노당에게 필요한 것은 잘 다듬어진 정책과 실현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일반대중들에게 심어주는 것이다. 80년대 사고방식으로 세상을 재단하기엔 대한민국은 너무 멀리 와 있고, 또한 걸어가야 할 길이 너무 멀다. 안토니오 그람시의 말처럼, 100만 민중대회니 종북주의 청산이니 하는 ‘기동전’이 아닌 대중정당으로 ‘진지전’이 필요한 시기이다. 신자유주의가 맹위를 떨치는 이 좋은기회(?)에 ‘대중정당’이 될 수 없다면 나는 앞으로 영원히 지지할 정당을 찾지 못해 정치에 관심끄고 경제나 살리는 데 매진할 것이다. ‘실용’과 ‘통합’은 한나라당이나 대통합민주신당의 테제가 아니라, 민주노동당의 테제가 되어야 한다.


나영주/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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