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1.31 19:13
수정 : 2008.01.31 19:56
정부 조직개편 이렇게 생각한다
최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과학기술부 및 교육부의 통합, 그리고 과기부 원자력 업무를 지식경제부로 통합하는 방안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그동안 과기부는 기초과학의 범위를 넘어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핵융합로 개발(연간 900억원), 사용후핵연료 건식재처리 등을 독단적으로 추진하며 범국가적 에너지 심의의결기관인 국가에너지위원회의 권한까지 침해하는 등 에너지행정에 혼란을 일으켜왔다. 천문학적인 예산이 필요한 이들 원자력개발사업은 과기부 독단으로 추진하기 이전에 전력수급계획이나 에너지기술개발(R&D) 평가과정을 통해 그 경제, 기술적 타당성을 검증받아야 한다.
기후변화, 에너지 수급안정, 에너지산업 구조개혁, 방사성폐기물 등 대내외적으로 에너지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짐에 따라 에너지 행정은 ‘과학기술 전담부처론’ 이상으로 에너지 전담부처로의 일원화가 필요하다. 실제 북미,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은 원자력행정을 에너지전담 부처에 맡기고 있다. 과기부가 진정 원자력개발로 국가에너지 수급에 기여하고 싶다면 부처 이해를 떠나 에너지 전담 부처에게 그 업무를 이월하라.
과기부가 맡던 원자력 안전규제, 핵물질 통제 등 규제 기능을 교육과학부로 편재할지 아니면 지식경제부로 옮길 것인지는 또 다른 문제다. 과기부와 산하기관들은 원자력 안전규제가 원자력 진흥기관인 지식경제부에 통합되면 약화되므로 교육과학부에 존치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절반만 맞고 절반은 틀린 말이다. 만약 규제기능을 지식경제부로 옮긴다면 이는 분명 원자력 진흥과 규제기능을 분리시키는 국제규범에 위배되는 처사다. 실제로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들은 규제기능과 조직을 원자력 진흥부처로부터 독립시켜 운영한다. 선진국중 유일하게 규제기관(원자력안전보안원)을 진흥부처(경제산업성)에 편재시킨 일본은 국제사회로부터 구조개선을 요구받고 있다.
그러나 과기부 주장처럼 교육과학부에 규제기능을 존치시키는 것 역시 결코 국제규범에 맞지 않는다. 과기부는 원전 운영과 건설을 맡지 않지만 다양한 원자력 연구개발 업무를 맡는 또다른 원자력 진흥부처이기 때문이다. 특히 과기부는 원자력 연구개발 예산을 원전사업자의 기금(연간 약 1700억원)에 의존하면서 항상 사업자와 기금의 인하, 인상 문제로 다툼을 벌이고 있어 안전규제기관으로 적합하지 않다. 특히 최근에는 과기부 장관이 위원장인 원자력안전위원회의 폐지 방안과 관련해 과기부와 산하기관이 반발하고 있으나 이 역시 절반의 진실을 숨긴 논란이다.
핵물질 통제기능도 마찬가지다. 비밀 우라늄 농축으로 지난 2004년 국제원자력기구(IAEA) 특별사찰까지 받아 국제사회를 놀라게 한 사건도 결국 과기부 소속기관의 원자력 연구개발 과정에서 비롯되었다. 지난해에는 아예 문제의 증거물인 우라늄까지 분실해 국민들을 어이없게 만들었다. 외부에서 볼 때 과기부 스스로 주도하는 원자력 연구개발로 인해 발생하는 핵확산 우려를 어떻게 그 산하기관이 불식시킬 수 있겠는가?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실 교육과학부에 규제기능을 존치시킨다면 이는 과거처럼 일본 과기청을 모방하는 것이고, 지식경제부로 옮긴다면 이는 현재의 일본 경제산업성을 모방하는 것이다. 둘중 어느 것도 국민안전과 한국 원자력행정의 대내외 투명성을 보장해주지 못한다. 시장경제를 중시하는 미국조차 원자력 안전규제와 핵물질 감시통제만큼은 대통령 직속 핵규제위원회가 독립적으로 수행한다. 새정부는 과기부 ‘출연연구원’ 신분인 원자력안전기술원과 원자력통제기술원을 과기부와 산자부의 이해를 떠나 대통령산하 독립규제기관으로 재편하여 투명성과 신뢰도를 개선하기 바란다.
석광훈/도쿄대 법정대학원 객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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