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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2.04 19:51 수정 : 2008.02.04 19:51

왜냐면

재작년 교육부 ‘영어교육 혁신안’에
영어교사 심화연수·임용고사 강화 등
현실적 개선방안 담았는데
인수위는 근본문제를 간과하고 있다
교사수급은신중하게 접근할 일이다

2006년 11월3일 교육부는, 모든 영어교사가 영어로 수업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고, 의사소통 능력 향상을 위한 실용영어 교육을 강화하며, 영어 관련 사교육비 경감 및 지역 계층간 영어학습 격차 해소를 획기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영어교육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최근 인수위의 영어교육 방안을 보면, 교육부의 영어교육 혁신 방안과 큰틀에서 매우 흡사하며 사실 이는 영어교육의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보인다. 그러나 교육에 대한 인식의 차이는 크다. 특히 영어교사 수급방법을 보면 이 차이가 잘 드러난다. 인수위에서는 영어전용 교사 2만3천명이 공교육에 투입이 되며, 수급 대상으로는 국내외 테솔 이수자, 영어권 국가 석사학위 이상 취득자, 교사 자격증 소지자 등이라고 밝혔다. 구술면접을 통해 선발하며, 합격한 이들에게 6개월 이내의 교사 자질 함양 연수를 한다는데, 2010년 교단에 이들을 배치한다는 일정을 고려해 볼 때 2009년 상반기까지는 합격자가 나와야 할 것이다. 한편 2006년도에 발표한 영어교육 혁신 방안은 2015년까지 약 1만명의 현직 영어교사를 대상으로 집중적인 심화연수를 한다고 돼 있다. 또 영어교사 임용시험을 대폭 강화해 영어 논술, 듣기 평가, 수업 실기시험 등을 신설 혹은 강화한다고 했다. 교원 양성기관을 평가하는 제도를 2009년부터 도입해 여기에 탈락된 기관은 교사자격증을 주지 못하도록 하는 등 우수한 교원 양성이 되도록 문제를 짚어나가겠다고 했다. 각 교원 양성기관들은 지금 이를 대비하는 중이다.

양쪽의 안을 보면 영어교육 관련 문제의식은 동일한데 해법이 다르다. 인수위의 안은 테솔 수료자 등 교사를 외부에서 공급하려고 하는 데 반해, 2006년 영어교육 혁신 방안은 현직교사를 집중 연수하는 것에 관심이 있고, 무엇보다 교사 양성 체제 및 양성기관을 개선시키려고 한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은 식상한 말이지만 잊지 않아야 할 말이다. 교육계획은 근본적인 문제를 짚어 앞뒤가 맞게 해야 한다.

고3 때 마음을 먹고 4년 동안 영어교사가 되려고 훈련받은 교사자격증 소지자가 있다. 그런데 인수위는 이들을 5개월짜리 테솔 수료자와 동등하게, 아니 테솔 수료자에게 웬일인지 더 무게를 두는 것으로 보인다. 교원자격증 소지자가 볼 수 있는 임용시험은 경쟁률이 매우 센 시험이다. 0.1점 차이로, 0.5점 차이로 떨어져 재수는 물론 삼수도 불사하는 이들이 태반이다.

현재 임용시험에는 1차 필기에 이어, 2차 시험은 영어구술 면접이 있고 영어수업 실기도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인수위만 모르는가? 대학마다 영어교육과의 신입생 입시성적은 최상위권이다. 이들 대부분은 영어 구사력도 매우 좋다. 반면 테솔 과정은 대학 전공에 상관없이 면접 한 번으로 입학해 통상 야간과정으로 5개월 동안 연수를 받으면 끝난다. 교원 양성 체계는 점점 강화되어야 함에도 인수위 안은 오히려 소명보다는 단지 직업으로서 교사를 택하는 적당한 교사를 양산할 소지가 있는 안이 되고 말 것이다.

인수위원들은 예전에 자신들이 경험했던 영어교사의 틀에 매여 요즘의 젊고 창의적인 많은 영어교사들 모습을 못 본 것 같다. 매년 열리는 전국 중등 영어교사 수업경연대회에서 수업실기를 보느라면 눈이 부실 지경이다. 그들의 영어 구사력, 그들의 창의적인 교수능력에 매년 깜짝 놀라곤 한다.


시일이 촉박하다고 해서, 가시적 성과가 단기간에 나와야 한다고 해서 밀어붙이는 토목공사처럼 해서는 안 된다. 좀더 교육적이고 논리적이며 근본적인 해결 방법은 체계적인 교사양성에 대해 먼저 관심을 두는 일이다. 민감한 청소년들 앞에 서게 될 공교육 정교사에 관한 일이니 교사 수급 문제는 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조심스럽게 다룰 일이다.

이길영/한국외대 사범대 영어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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