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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2.11 19:09 수정 : 2008.02.12 11:46

왜냐면

미국 정부도 검역 문제점 인정하는데
한국정부는 “안전하다”는 궤변만
지난달 정보공개된 미 농무부 문서도
광우병 위험부위 은폐 증명하고 있다

떡국에는 쇠고기 양지머리나 뼈를 고아 만든 국물이 제격이다. 그런데 앞으로 이런 우리의 식습관에 경종을 울리는 큰 재앙이 올 것이 예고되고 있다. 우리 국민들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다양한 소 부위를 먹는 식습관을 가지고 있으며 소뼈를 고아먹고 갈비를 구워먹는다. 더욱이 한국인들은 광우병에 가장 취약한 유전자형인 메티오닌 동질접합체(MM 유전자형)를 가진 사람들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95%나 된다. 즉 인간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예로부터 갈비탕, 갈비찜, 갈비구이를 즐겨먹었으며, 아직까지도 설이나 추석 등의 명절 때 ‘한우 갈비 세트’를 최고의 선물로 여기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이명박 당선인을 비롯한 한나라당과 통합신당 등 정치권이 광우병 우려가 높은 미국산 소갈비에 대해 전혀 개념이 없이 접근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미국 의회 비준을 위해서는 갈비를 비롯한 모든 부위의 미국산 쇠고기를 연령에 관계없이 수입해야 한다고 윽박지르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는 광우병으로부터 전혀 안전하지 않다. 1997년 8월에 취한 광우병 예방조처는 이미 영국에서 실패한 것으로 미국조차도 불완전성을 인정한 조처였으며, 미국 내 검역조처의 문제점은 미국 정부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이에 대한 어떠한 근거도 대지 않은 채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 가축방역협의회 위원들은 “광우병 쇠고기를 먹는다고 모두 광우병에 걸리지 않는다”든가, 어떤 식품도 “용인할 만한 위험성이 있다”라는 식의 망언만 늘어놓고 있다. 이러한 인식은 “미국 가서 엘에이갈비도 먹는데 한국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는 것이 뭐가 문제냐”는 쇠고기 수입업자들의 궤변을 정당화시켜줄 뿐이다. 미국의 최대 소비자단체인 소비자연맹이나 퍼블릭시티즌도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지 않다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으며 일본과 유럽 정부들도 똑같은 인식을 가지고 있다.

지난 1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농림부를 상대로 한 정보공개소송을 통해, 2007년 7월29일 미국 카길이 선적한 쇠고기에서 광우병 위험부위(SRM)인 척추(등뼈)가 혼입된 데에 대한 미국 농무부의 조사서 전문과 주미대사관이 청와대에 보고한 문서, 그리고 농림부의 내부 대책 문서를 적법하게 입수하였다. 이 조사서와 보고서는 2007년 12월31일까지 대외비 문서였다. 이 조사서를 검토한 결과, 정부가 조직적으로 광우병 위험부위의 혼입 원인을 은폐 축소하려 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또한 2006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지난해 9월 말까지 ‘크로이츠펠트-야콥병’(CJD) 의심환자는 모두 210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연간 26명의 크로이츠펠트-야콥병 의심환자가 발생하는 셈이다. 광우병과 인간광우병이 우리나라에서도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은데도 시설 부족과 당국의 소극적인 대처로 확인이 늦어지고 있다. 식품과 검역정책이 허술한 우리나라의 현행 법체계상의 문제점과 당국의 소극적인 자세로 국민의 생명권 보호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더는 광우병 청정지역이 아니다. 광우병이나 인간광우병을 포괄하는 크로이츠펠트-야콥병에 대해 국가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관리하느냐에 따라 국민 건강이 담보된다.


크로이츠펠트-야콥병이란 인간광우병을 포함하는 뇌질환으로, 변형된 단백체 ‘프리온’이 체내 중추신경에 축적된 뒤 뇌에 스폰지 같은 구멍이 뚫리면서 퇴행성 신경장애를 보이다 사망하는 질병이다. 변형된 단백질이 수년에서 수십 년 동안 체내에서 쌓이는 동안 무증상을 보이다 발병이 확인되면 4개월에서 1년6개월 사이에 사망하게 된다.핵산이 없는 크로이츠펠트-야콥병 병원체는 소독약이나 자외선 열에 강해서 제거할 수 없으며 치료법도 개발되지 않았다. 크로이츠펠트-야콥병은 전염경로와 임상소견에 따라 산발성과 가족성, 의인성, 변종성 등 4가지로 구분한다. 가족성 크로이츠펠트-야콥병은 유전에 의해, 의인성 크로이츠펠트-야콥병은 수혈이나 수술도구 등 외부 전이에 의해서 감염된 경우다. 변종성 크로이츠펠트-야콥병은 인간광우병으로도 불리며,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먹었을 때 전염돼 발병한다.

광우병인 경우 농정당국이 지난 12년 동안 연평균 800여 마리의 소에 대해 광우병 검사를 했다고는 하지만 문제는 당국이 90% 이상을 정상 도축된 건강한 소를 대상으로 검사를 하고 아무 이상이 없다고 주장하는 데 있다. 전국의 축산농가에서 폐사하는 소를 일일이 관리하고 이 소들을 대상으로 검사를 해야 한다. 인간광우병 등 크로이츠펠트-야콥병도 마찬가지다. 크로이츠펠트-야콥병 유사환자가 사망했을 때 모두 부검을 통해 발병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광우병 청정국가로 알려져 있지만 이제는 더 이상 광우병 안전지대가 아니라며 크로이츠펠트-야콥병에 대한 당국의 적극적인 관리와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우리나라도 더 이상 광우병 안전지대가 아니다. 광우병과 크로이츠펠트-야콥병을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허술한 식품정책과 검역체계 정비가 시급하며 관련법 개정을 통해 광우병 의심소와 크로이츠펠트-야콥병 의심환자에 대한 부검을 의무화 하도록 해야 한다.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선결조건인 미국산 소를 수입하지 않는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유고 속담에 “옆의 사람이 뜨거운 국을 먹을 때 혀가 데인다는 것을 알고도 말하지 않는 것은 죄”라고 하였다. 나는 충고한다. 우리 국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광우병 위험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은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즉각 중단시키는 길이 최선의 방법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더 소중한 가치는 없다.

홍승권/향린교회 한-미FTA대책위원회 회원·서울대병원 의료정보센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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