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2.18 19:00
수정 : 2008.02.18 19:00
왜냐면
얼마 전 한 공립 보육시설에서 영하의 날씨에 ‘알몸 체벌’을 한 사건이 벌어져 충격을 줬다. 이번 사건을 놓고 보육교사의 자질이 어떠하고 보육시설 관리가 어떠하다는 등 이런저런 말들이 많았다. 그러나 이번에도 역시나 언급되지 않고 피해가는 또다른 본질이 있다.
우리 사회가 전문·분업화해 가면서 도입된 시스템이 바로 위탁운영이다. 국공립 보육시설이나 직장 보육시설 등에서는 위탁운영이 점차 보편화되고 있다. 위탁운영의 핵심은 전문적이고 합리적인 운영능력이 있는 수탁체를 선정하는 데서 시작된다.
국공립 보육시설은 국가의 지원과 관리로 운영되는 보육시설인데, 대한민국 보육 수준을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구실을 하고 있다. 이번 ‘알몸 체벌’이 일어난 공립 보육시설 역시 위탁운영을 하는 시설로 알려졌다. 그런데 문제는 수탁법인 가운데 전문 인력이 단 한 명이라도 있는 법인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는 수탁체로서 자격이 없다는 말이고, 자격 없는 법인이 수많은 국공립 보육시설을 위탁해 운영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국공립 보육시설 위탁심사 공고를 보면 자격요건에 ‘실체가 있는 법인’이란 문구를 자주 발견할 수 있다. 이는 ‘명의만 빌려주는 법인’이 많음을 시사한다. 개인 위탁체보다 안전한 법인 위탁체를 선호하다 보니 공급과 수요 측면에서 볼 때 자격과 자질을 갖춘 수탁법인을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보육시설 위탁운영의 본래 취지를 살리려면, 정부는 실상을 파악하고 형식적인 위탁운영을 방관하는 제도부터 바꿔야 한다. 수탁체 심사 때 자질과 자격, 곧 전문성과 성실한 운영능력을 검증할 만한 평가항목을 제도화해 이에 상응하는 점수를 매겨야 한다. 또한 이해 당사자들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 문제, 사전 내정자를 선정해 두는 문제 등 소위 짬짜미 관행을 타파할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 이런 관행 속에서는 책임감을 갖고 보육시설을 운영해야 할 시설장과 보육교사의 역할도 제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보육의 사회적 역할이 중요한 만큼 현실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이제라도 정부는 자격조건을 갖춘 수탁체를 육성·지원하고, 또한 엄격히 관리·감독해 사회적 기대치를 충족할 수 있는 보육서비스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수탁법인의 정상적인 역할과 책임을 묻기 위해서라도 위탁수수료를 현실화해 불미스런 예산 운영의 소지도 함께 해결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보육계 종사자들은 뿌리 깊은 관행을 떨치는 데 필요한 자기 반성과 혁신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서영석/한솔교육희망재단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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