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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2.21 19:46 수정 : 2008.02.21 19:46

왜냐면

군대희생으로 얻은 안보는 전국민이 누리는 혜택
가산점은 특정집단에게 책임 강제
국민 공동부담이 형성에 맞다
머리 맞대면 대안도 많다

‘완장을 채운다’는 말이 있다. 6·25 때 인민군이 강제 부역한 주민들에게 완장을 채웠던 데서 온 말이다. 국군 수복 후 이들 대부분은 공산주의자란 이유로 처벌됐는데, 여기서 ‘본의 아니게 한쪽 편으로 오인된다’는 뜻을 얻게 됐다. 군 가산점제 논란도 부질없는 완장을 채운 듯하다. 찬반 갈등이 남녀 갈등으로 전도돼 남성 기득권자 대 페미니스트의 대결 구도인 양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군인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남성이 법안 반대에, 이득 볼 거 없는 미필 여성이 찬성에 더 많은 표를 던진 설문조사도 있다고 하니 이쯤 되면 코미디다. 이래선 제도에 대한 건설적 논의는 물론 대안 마련도 불가능하다.

이 문제는 단순히 피해 본 남성의 억울함을 여성의 피해로 상쇄한다는 보복 개념이 아니라 국가에 대한 특정 개인의 희생을 만회한다는 보상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아무리 4대 의무 중 하나라지만, 국방의 의무를 지킨 데 따른 제대병 개인의 손실을 간과할 순 없다. 게다가 그들의 희생을 통해 전 국민은 국가안보라는 혜택을 얻는다. 따라서 성별에 관계없이 국방의 의무를 다한 군인은 배려해 주는 게 옳다. 국가유공자나 상이군인을 국가에서 우대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 해도 국가고시에서 가산점을 준다는 건 올바른 발상이 못 된다. 안보의 혜택은 전 국민이 골고루 누리는 것이기 때문에 군인에 대한 보상 역시 전 국민이 분담해야 한다. 하지만 가산점제는 소수의 특정 집단에만 그 책임을 강제하게 된다.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는 대다수 여성과 미필 남성들이다. 이는 형평성의 원칙에 어긋난다. 뿐만 아니라 제도의 실효성 역시 미미하다. 보상 차원에서 주어지는 것이라면 절대다수의 제대병이 그 혜택을 볼 수 있어야 하는데, 가산점제를 통해 이득을 볼 제대병은 극소수다. 이에 대해 찬성론자들은 제도의 상징성을 내세우는데, 가산점제가 다른 대안에 비해 특별한 상징성을 띠는 것도 아니다. 원칙에 부합하는 대안 가운데 상징성을 갖춘 것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원칙과 실효성을 겸비한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 물론 이는 사회적 합의에 바탕을 둔 것이어야 한다. 연금이나 세제 혜택이 좋은 예다. 이들은 전 국민의 공동부담 안에서 이루어지므로 형평성의 원리에도 부합하고 전 장병에게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므로 실질적 효과도 크다. 봉사 마일리지 제도 역시 좋은 생각이다. 복무기간을 봉사시간으로 환산해 개인 신상, 신용의 지표로 활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은 취업 과정에서도 점수에 직접 영향을 주는 가산점과 달리 평가의 참고사항이 되므로 논란을 부를 소지가 적다.

문제는 정부 역시 대안 마련에 소극적이라는 데 있다. 예산 때문이다. 사회적 연대에 기반한 안들은 대부분 추가비용을 요구한다. 일부 사람들은 이를 이유로 비용과 노력 면에서 가장 효율적이라며 가산점제에 찬성하기도 한다. 지극히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이다.

완장도, 색안경도 벗고 바라보면 군가산점 문제의 논점은 지극히 명확하고 대안 역시 많다. 군 당국이든 여성계든 서로 날선 비판만 늘어놓을 것이 아니라, 대안을 찾는 데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것이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를 논한다고 모병제를 이야기하거나 여성으로의 징병 확대 등을 주장해선 완장 채운 이만 늘릴 뿐이다. 앞으로는 제발 토론회 사각테이블 한편에 남성 국회의원과 교수·군인, 반대편에 여성 의원과 여성계 인사가 마주앉는 모습을 보지 않았으면 한다. 이젠 모두 원탁에 앉을 때다.


이미지/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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