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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2.25 19:05 수정 : 2008.02.25 19:05

왜냐면

현재의 아름다움 누릴 권리보다
후세에 물려줘야할 책임이 중요
소실되면 완전한 복원 불가능
문화의식이 안돼 있으면 개방 제한해야

숭례문이 불탄 지 보름이 지났다. 우리는 이 화재로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그것은 숭례문을 잃었다는 허탈함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한국사회의 수준이 이 정도인가 하는 점이 더 충격을 주었다고 생각된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문화재의 개방이 활발하게 진행되어 왔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들은 국민들에게 문화재를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할 기회를 만들어준다는 명분으로 궁궐이나 종묘, 화성, 북악산 등을 차례로 개방해 왔다.

하지만 이번 숭례문 화재는 우리에게 이러한 문화재 개방이 과연 바람직한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문화재의 적극적인 개방을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국민들의 의식이 문화재의 개방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우선 국민들이 문화재와 관련해 이것이 우리 사회의 공유재산이라는 공공의식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에서 낙서, 손때, 탁본 등으로 수많은 문화재가 훼손되고 마모되고 있다. 또 우리 시대는 문화재를 잠깐 맡아서 관리하고 이를 후손에 전달해주어야 하는 책임을 맡고 있는 데 불과하다는 역사의식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그러한 역사의식보다는 문화재를 좀더 가까이 보고 그 아름다움을 누리고자 하는 문화재에 대한 전유 의식이 더 앞서고 있다고 여겨진다. 600년의 역사를 가진 숭례문이 불에 탄 것은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이러한 공공의식과 역사의식을 제대로 갖고 있지 못한 데서 비롯되었다고 생각된다.

둘째, 이미 많은 이들이 지적하고 있는 것이지만, 개방을 위해서는 먼저 충분한 보호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이번 화재 이후 그러한 보호장치와 관련해 언론에서는 주로 소화시설이나 감시장치를 거론하고 있다. 하지만 보호장치를 제대로 갖추려면 많은 인력과 재원이 투입돼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또 아무리 좋은 시설을 갖춰도 이번 사건에서 보듯 완벽한 보호는 매우 어렵다. 결국 현재로서 가장 좋은 문화재 보호장치는 사람들의 접근을 가능한 한 제한하는 것이다. 경복궁, 종묘, 수원 화성 등도 매우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생각한다. 이들 사적지의 경우, 관람객들이 아무런 통제없이 문화재 관람을 하고 있다. 특히 종묘는 종묘 앞 공원에 온 많은 사람들이 종묘 안에까지 들어와 진을 치고 앉아 있다. 현재 관광객들이 안내를 받으면서 통제된 관람을 하고 있는 곳은 창덕궁 정도다. 하지만, 경복궁이나 종묘 또한 제한된 구역에서 안내자에 의해 통제된 관람이 이뤄져야 한다.

앞서도 말한 것처럼 문화재는 우리 시대가 제대로 관리하여 뒷세대에 온전하게 물려주어야 하는 이 땅의 보물들이다. 따라서 훼손이나 소실은 선조들과 후손에게 큰 죄를 짓는 일이다. 문화재의 아름다움을 누릴 수 있는 권리보다는 문화재를 온전히 보존하여 후대에 넘기는 책임이 훨씬 더 중요하다. 그럼에도 우리 시대 사람들에게는 그러한 의식이 크게 부족하다. 경복궁은 마치 공원과 같고, 종묘는 사실상 공원이 되어 버렸다. 1910년 일본이 한국을 병합한 뒤 한국인들의 역사의식을 지우기 위해 창경궁을 공원화했고, 경복궁도 대부분 헐어버리고 그 자리에 총독부 건물과 박람회장을 만들었다. 이는 한국인들의 조선왕조에 대한 충성심, 그리고 자기 역사에 대한 애정을 지워버리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궁궐을 공원이나 박람회장처럼 관리하고 있다.


문화재청이나 각 지방자치단체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문화재 개방 정책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한다. 문화재는 한 번 훼손되거나 소실되면 완전한 복원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완벽하게 보호할 자신이 없으면 차라리 개방하지 않거나 제한된 개방만을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박찬승/한양대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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