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분야별 연계성 있는 정책 통합지자체 권한과 책임 강화하고
가변성이 많은 재난 사고 적용할
표준 매뉴얼 개발해야 우리는 위험사회에 살고 있다. 사회 기능이 분화되고 생활 방식이 다양해질수록, 기술이 발전하고 산업이 고도화할수록 잠재적 위험성은 커가고,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로 벌어지는 예기치 못한 사태는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다. 이렇듯 일상화된 위험과 위협을 효과적으로 다루고자 선진국은 분야별 전문성을 강화하면서 다양한 위기를 포괄적으로 관리할 통합·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대응연습과 실전 교훈을 통해 이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정부는 분야별 안전정책을 통합·조정하는 데 소극적이었으며, 법·제도적으로 상황관리와 사태수습을 총괄 지휘할 상급기관을 설치하지 않았다. 또한 대형 사고와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지적돼 온 초기 대응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종합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생활·시설·산업안전에 대한 허가·검사·점검 기능도 중앙정부 관할에 두거나 중앙과 지자체로 이원화함으로써 관계당국의 권한과 책임 소재를 불분명하게 했고, 주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지자체는 예산과 전문성 부족으로 현장감독을 소홀히하는 등 우리의 국가 안전관리 체계는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비록 안전관리 일부 기능과 전시대비 기능을 통합한 행정안전부 출범을 앞두고 있으나, 이러한 문제점들을 근본적으로 치유하지 않으면 대규모 사고와 재난에 따른 피해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없다. 미국의 국토안보 체제를 모델로 유사시 현장대응을 강화할 수 있는 국가 안전관리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우선 분야별로 연계성 없이 추진돼 온 재난안전 정책을 통합하거나 통합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 정도로 조정기능을 강화하고, 중앙정부의 허가·검사·점검 기능을 지방으로 이양해서 주민안전에 관한 지자체의 권한과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점차 광역화·대형화하는 사고와 재난의 추세에 맞게 광역 재난대응 권역을 설정하고 권역별 상황관리, 자원 및 비축물자 관리, 행정 응원체계를 유지해 융합에 따른 효율을 도모해야 한다. 아울러 사고 현장에서 중앙정부의 대응을 통합 지휘할 정부 조정관과 분야별 전문요원으로 구성한 현장지원단을 긴급히 파견할 수 있도록 한다면, 재난·사고발생 현장에서 물자 부족과 초기 대응 미숙으로 피해가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고 복구에도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일하는 방식을 표준화해야 한다. 정부는 많은 종류의 매뉴얼을 만들어 왔으나 정작 가변성이 많은 재난·사고 현장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된 이유는 사건·사고의 성격·규모·복잡성에 구애되지 않고 현장에서 발생 가능한 모든 상황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유연성’과 직무분야와 관할범위가 서로 다른 관계자가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표준성’을 갖춘 ‘국가재난 안전관리표준’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유형의 사고, 재난 및 기타 위기상황에 공통으로 적용할 표준화된 국가 안전관리 방식을 시급히 개발해야 한다.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안전관리 체계는 ‘정책 조정’과 ‘벽이 없는 팀워크’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국민의 안전을 지켜줄 마술은 없다.
이응영/소방방재청 행정사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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