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8.02.28 22:01 수정 : 2008.02.28 22:01

왜냐면

동사무소는 점점 주는 데 반해
종교시설 활용은 늘고 있다
입후보자나 투표자의 종교 유무에
민의 반영이 영향을 받는다면
정교분리 규정한 헌법에 위배

절차적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라고 한다. 이는 민주주의 실현에 필요한 모든 기틀을 마련하는 기본 요소인 민의가 선거를 통해서 수렴되기 때문일 것이다. 선거에서 투표의 합법성 확보는 필수적이다. 그렇다면 국가적 선거에서 종교시설을 투표소로 사용하는 것은 적법한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중앙선관위로부터 받은 종교시설의 투표소 사용 자료를 보면, 종교시설 중 교회가 전체 투표소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02년 제16대 대선에서 7.1%, 2006년 제4대 동시 지방선거에서 7.9%, 그리고 얼마 전 제17대 대선에서 8.2%로 증가세다. 교회시설의 투표소 활용은 학교(46∼47%), 동사무소(위 선거 순으로 10.7%, 10.0%, 8.8%)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최근 제17대 대선에서는 종교시설 투표소 비율이 성당 투표소(0.5~0.6%)를 합하면 8.8%로 동사무소와 같은 비율이다.

한마디로 오늘날 대한민국의 국가적 선거에서 어림잡아 투표소 열 곳 중 하나는 종교시설이고 그 대부분은 교회라는 것이다. 이렇듯 높은 비율로 종교시설이 국가적 선거의 투표소로 사용되는 것은 위헌적 요소가 다분하다. 중앙선관위는 선거관리위원회법 제147조 2항, 투표소의 설치에 관한 법을 나름대로 유권해석하여 종교시설을 투표소로 사용했겠지만, 헌법은 제20조 2항에서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는 ‘정교분리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국가적 선거에서 투표는 법이 정한 바에 따른 선거권의 행사다. 따라서 모든 유권자는 투표소에서 투표를 함에 있어서 어떠한 종교적 영향으로부터도 자유로워야만 한다.

종교시설 투표소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교회에서 한 유권자가 투표하는 경우를 상상해 보자. 투표소에서 기표를 하기 직전 의도하지 않게 십자가를 본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예를 들어 선거의 한 입후보자가 기독교 신앙인이라는 것이 알려져 있다면 투표자는 과연 어떤 영향을 받을까? 반대로 투표인이 비기독교인이라면 예배당 분위기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고 기독교 신앙을 가진 그 입후보자에게 투표할 수 있을까? 사회적 현실을 고려할 때, 종교시설이 한 개인의 투표에 어떠한 영향도 없으리라는 것을 확신하기 어렵다.

이런 우려스러운 상황의 근본 원인은 투표소 지정에서 정교분리 원칙이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종교시설 투표소 지정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6년 제4대 동시 지방선거에서 교회 안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투표를 한 경험이 있다. 인권이 침해당하는 기분이 들었다. 동시에 정교분리의 원칙이 무너진 실례를 보는 듯했다. 나는 당시 생각을 중앙선관위 ‘참여마당, 나도 한마디’에 글로 남겼다(번호 5263, 2006년 5월31일). 이러한 경험은 나만의 것은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이 선거 후, 종교시설 내 투표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수차례 선거를 할 때마다 종교시설 내 투표의 문제점을 중앙선관위 공직선거과에 여러 경로를 통해서 민원으로 접수시켰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하나같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종교는 인류 역사에 수많은 공적을 쌓았다. 하지만 종교의 지향점이 민주주의의 방향과 항상 일치한 것은 아니며 민주주의의 발전을 가로막는 경우도 빈번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오늘을 사는 우리는 이를 분별해야 하지 않을까? 곧 제18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다. 우리는 향후 4년간 민의를 반영할 일꾼을 어디에서 합법적으로 선출할 것인가?


채권석/경북대 교수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