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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2.28 22:10 수정 : 2008.02.28 22:13

왜냐면

뉴욕 필 공연같은 문화예술 오고가고
남북 언어학자 만나 표준안 만들며
정서를 공유하는 무형의 기반이
통일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것이다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사상 첫 북한 공연이 평양에서 열렸다. 성조기와 인공기가 나란히 걸린 공연장에서 1400여 관람객은 ‘신세계’ 교향곡과 함께 미국 국가의 연주에도 귀기울였다. 이번 공연은 일부 지도층만을 위한 공연이 아니라 모든 북한 주민이 볼 수 있도록 북한 전역에 중계되었다. 공연 뒤 관람객들은 “북한과 미국의 예술교류가 더 늘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뉴욕필이 지난 1959년 옛소련에 건너가 공연을 통해 음악으로 냉전시대를 녹인 전례처럼 이번 공연이 북한 개방의 물꼬를 트는 신호가 되기를 기대한다.

억압되고 폐쇄된 사회로만 여겼던 북한에도 한류가 불고 있다고 한다. 중국을 통해 비디오 테이프나 디브이디로 들어오는 한국 드라마와 가요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중년 남성들은 송대관의 <네박자>를, 중년 여성들은 주현미의 <또 만났네요>를 열창한다고 한다. 힙합 바지를 입은 젊은이와 송혜교 머리모양을 따라 하는 여성들을 단속하느라 지도원들은 바쁘다고 한다. 새터민 문화전문가 곽문안씨 말로, 한류는 북한에서도 대세라고 한다. 남쪽 드라마를 보고 자라면서 남쪽을 동경하여 탈북한 새터민도 있다. 철통 같은 국경도, 엄한 단속도 문화에 대한 욕구를 누를 수는 없는 것이다.

진정한 체제변화는 대외개방 촉진으로 유도될 수 있으며, 이는 정보와 문화의 유입으로 촉발된다. 문화·예술 차원의 교류는 북한을 개방하고 정상 국가화하는 데 확실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물리적으로 빗장을 여는 개방과 함께 소프트한 차원의 개방도 병행하여 다차원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인 ‘비핵 개방 3000’ 정책은 정치적·경제적 측면뿐 아니라 문화 ·예술적 측면의 개방 방안도 포함시켜야 한다. 대북정책의 차로를 문화·예술, 그리고 언어정책을 포괄하여 다차원적으로 넓히면 성공 가능성은 커지고, 통일비용은 줄어들 것이다. 2·13 합의를 도출한 기초로 사용된 ‘젤리코 보고서’도 북핵 문제에 대한 포괄적 접근법을 제안하고 있다. 강압적이고 물리적인 방법보다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고 훈훈한 가슴으로 통일을 열어가야 통일 이후 겨레가 화합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이런 점에서 두 가지를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언어정책 측면이다. 분단 이후 남북 언어체계는 상이하게 발전되어 통일이 되더라도 의사소통 문제로 상당한 곤욕을 치를 것이 염려된다. 남쪽의 외래어를 남발하는 반면에 북쪽은‘얼음보숭이’(아이스크림), ‘불알’(백열등), 모서리차기(코너킥) 등 우리말로 다듬은 말을 쓰는 까닭에 서로 낯선 어휘들이 많아졌다. 남북 언어학자가 모여 맞춤법이나 어휘 등을 조사 연구하고 표준안을 만들어 놓으면 통일이 되더라도 혼란 없이 체계적인 언어정책을 펼 수 있다. 당장 올해 베이징 올림픽에 대비하여 체육용어를 통일한다면 남북 동시 취재와 방송이 가능하다. 언어의 동질화는 이질감을 크게 해소시킬 것이다.

둘째, 문화 예술 측면이다. 억압된 체제에서 오랜 기간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해 감성이 메마른 북한 동포와의 만남은 크나큰 문화 충격을 몰고 오고 사회적 경제적 비용을 야기할 것이다. 하지만 문화적으로 동화할 수 있는 교류 프로그램이 활성화된다면 그 충격은 훨씬 줄 것이다. 이번 뉴욕필 공연 같은 문화·예술 공연이나 남북 문화교류를 활성화하면 개방의 속도는 빨라지고 대북정책은 탄력을 받을 것이다.

굶주린 북쪽 주민들을 위해 지원한 쌀이 군량미로 전용된 정황이 드러나고, 대북 송금액 5억달러 가운데 2억달러는 핵무기 만드는 데 쓰였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민 세금이 북한의 당 간부들이나 특권층이 빼돌려 정권 기반을 강화하는 데 쓰였다면 이는 정책의 물꼬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10년이 대북정책의 물꼬를 텄다면, 이명박 정부는 물꼬를 바로잡아야 한다. 언어정책을 통해 원활히 의사를 소통하고 문화예술 교류를 통해 정서를 공유하게 하는 것이 일방적 퍼붓기란 비난을 받는 경제적 지원보다 더 큰 효과가 있을지 모른다. 또한 통일 이후 갈등과 불신을 해소하여 겨레가 하나되고 융성하는 밑거름이 된다. 언어와 문화·예술 차원에서 무형의 통일 기반을 구축하는 것은 적은 투자지만 전체적인 통일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것이다. 부드러움과 강함을 동시에 추구하는 대북정책은 통일로 가는 차로를 넓힐 것이다.

신승일/한류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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