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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3.03 22:17 수정 : 2008.03.03 22:17

왜냐면

교육환경 개선 요구 무더기 전출
학습권 침해이자 교사 인권침해
인사위 심의 의무화 법개정 됐지만
교육부는 사문화된 유권해석 들며
“사학법인 지도감독 곤란” 되풀이

비가 새고 무너질 것 같아 안전검사에서 최하 등급(E등급)을 받은 학교에 교육환경 개선을 요구하고, 전 이사장의 불법적 학교 개입에 맞서 학교 민주화를 요구한 충암학원의 한 교사가 어느 날 갑자기 다른 학교로 쫓겨났다. 이 학교만이 아니다. 국정감사 때 학생 급식 설문조사 자료를 위조·제출해 물의를 일으킨 경기도 어느 가톨릭학원에서는 본인 동의 없이는 강제전보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깨고 한꺼번에 교사 30명을 다른 학교로 보냈다. 이에 학원 쪽은 사학의 인사권자인 이사장과 학교장이 마음대로 교사를 전보해도 된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지금도 이렇게 사립학교 교사는 이사장과 학교장이 가라면 가고 오라면 와야 하는 노예와도 같은 존재인가? 이런 교사가 어떻게 학생들에게 인간의 존엄과 주인의식을 가르칠 수 있을까?

교육환경 개선을 요구한 교사를 강제 전보하는 것은 학생의 학습권 침해이자 교사 인권 침해다. 그런데 사학재단의 유아독존식 인사만큼 기막힌 것이 “사학의 인사문제는 지도감독이 곤란하다”는 교육당국의 수수방관이다. 2005년과 2007년 사립학교법이 개정돼 교원의 임면에 관한 사항에 대해서는 인사위원회 심의가 의무화되었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1998년 유권해석을 들어 “전보는 임면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이사회에서 마음대로 할 수 있다”며 지도감독을 포기했다.

교육부 스스로 심각한 모순에 빠졌다. 교육부와 모든 교육청은 사립학교법 제54조와 같은법 시행령 제23조에 의해 전보를 임면으로 해석해 임면보고 사항에 포함시키고 있다. 다른 교육공무원법이나 국회 인사규칙에서도 전보를 임면에 포함시키고 있고, 1997년에는 교육부가 전보를 임면 절차에 따라야 한다고 유권해석을 내리기도 했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10년 전 해석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며 전보는 임면이 아니므로 인사위원회 심의사항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2003년 8월 충남 송죽학원의 부당전보 무효확인 소송에서 재판부는 “전보를 함에서 교원의 임면 절차를 따르지 않은 것은 위법”이라고 밝힘으로써 교육부의 이 유권해석은 더는 의미가 없어졌다. 교육부가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지 않는 것은 교육을 포기하는 것이다.

‘뺑뺑이 교사’를 양산하는 사학의 이런 인사전횡에 철 지난 유권해석을 내세우며 복지부동인 교육당국은 ‘인사위원회를 뭐하러 만들고 법은 왜 개정했을까?’를 생각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사학에 더욱 자율권을 주겠다고 한다. 사학재단은 은근히 사립학교법에 대한 위헌결정과 인사위원회의 무력화까지 기대하는 눈치다.

사학의 인사권이 사학법인에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그 인사권도 학습권과 교육권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법에 정한 절차대로 행사해야 한다는 것 또한 상식이다. 이것이 사립학교 인사가 바로 서는 최소한의 조건이고, 교육부가 할 일이다. 교육부는 왜 잊을 만하면 교육부 해체론이 나오고, 사학 마피아의 일원으로 회자되는지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때다.

김행수 서울 동성고 영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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