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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3.03 22:23 수정 : 2008.03.03 22:23

왜냐면

청소년들이 담배를 배우는 이유는
‘따라하기’ 동일시 습성 때문이다
선수모자에 담배노출되면
담배 권하는 것과 마찬가지

청소년들이 담배를 배우게 되는 이유는 담배가 백해무익이라는 것을 몰라서가 아니라 담배와 흡연에 부여돼 있는 문화적 가치 때문이다. 담배를 피우면 어른이 된 것 같은 착각이 드니까, 담배 피우는 여성 모델이 너무 섹시해 보이니까, 담배 광고에 나오는 남성 모델이 너무나 남성스러우니까, 담배를 배우려고 애쓰는 것이다.

스포츠 스타가 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청소년들은 스포츠 스타나 연예계 스타를 자신의 꿈과 미래로 동일시하고 그들이 하는 말과 행동을 그대로 모방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세계보건기구는 담배회사들이 담배광고는 물론 문화나 스포츠 행사를 지원할 수 없도록 국제협약을 만들어 놓았고 우리나라도 이 협약을 지키고 있다. 이런 협약이 아니라도 청소년이 다수 참여하는 문화나 스포츠 행사에서 “담배는 좋~은 것이야. 자! 피웁시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들이 벌어진다면 이것을 용납할 부모가 얼마나 될 것인지?

흡연의 폐해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해야 하는 이유는 그들이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이고 더 나아가서는 국민이 부담해야 할 건강보험료의 인상을 미연에 예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아직 합리적인 자기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청소년에게 “담배는 문화적으로 바람직한 것”이라는 왜곡된 메시지가 무분별하게 전달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눈앞의 경제적 이해를 위해서 우리 아이들을 속이고 이들이 니코틴 중독자가 되도록 방조할 수는 없다. 그동안 국민건강증진법과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정부가 담배에 부과한 건강증진기금을 통해서 흡연예방과 금연교육과 담배광고 억제 등과 같은 많은 노력을 해왔다.

한국의 프로야구는 국민 스포츠다. 국가가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용기와 희망을 줬으며 야구선수와 프로야구 구단은 우리 일상생활에서 휴식과 희망이 된 지 오래다. 그런데 야구선수의 모자와 유니폼 상의를 비롯한 모든 장면 장면에서 담배회사의 홍보물을 보게 되면 어떻게 될까? 이는 프로야구를 즐기는 청소년에게 담배를 권하는 거나 매한가지다.

프로야구위원회나 해당 구단에서도 담배회사의 광고가 청소년에게 끼칠 영향을 고민한 흔적은 보인다. 청소년이 담배 상표에 직접 노출되지 않도록 할 것이며 이미 담배회사가 다른 스포츠(프로농구와 배구)도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견해다. 기업이 제품 자체를 광고하기보다는 기업 이미지를 광고하는 것이 더 교묘한 홍보라는 것을 우리 국민이 모르지 않는다.

이제 프로야구가 나오면 아이들이 시청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하고 담배회사가 후원하는 구단의 유명 야구선수는 우리 아이가 알아서는 안 되는 ‘경계해야 할 스포츠 스타’로 낙인찍어 놓아야 한다는 점이 절망스럽다. 우리 아이들의 건강보다 시장 논리와 프로야구 구단의 생존 논리가 우선한다면 ‘프로야구 안 보기 운동’이라도 벌여야 할 판이다. 부디 국민건강증진법에 근거해 무분별한 담배 판매촉진 활동을 규제하도록 해야 한다.

김광기 인제대 교수·청소년위 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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