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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그치고 벚꽃이 화사하게 얼굴을 내민 저녁. 퇴근길에 아파트로 막 들어서려는데 낯선 풍경 하나가 눈길을 잡는다. 튀밥장수 아저씨였다. 대뜸 2천원을 꺼내들고 차에서 내렸다. 작은 튀밥 두 봉지를 사고 주변에 흩어진 튀밥 자투리들을 주워 먹으며 쉬이 자리를 뜨지 못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싶었지만 무엇보다 낯설다고 표현했던 그 풍경이 실은 그리움의 편린이었기 때문이었다. 뉘엿뉘엿 봄 햇살이 지고 있었지만 서너명의 아주머니들이 주문품을 기다리고 있었다. 검게 그을린 아저씨의 얼굴은 오히려 환하게 빛나고 있었고 풍로를 돌리는 팔에도 신바람이 역력했다. “언제 터지냐”는 물음에 “아직 멀었다”고 능청스럽게 이야기하시더니 이내 ‘펑’하는 소리를 내며 철망 속으로 허연 튀밥이 가득 쏟아졌다. 이용호/경남 사천시 선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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