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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3.10 18:16 수정 : 2008.03.10 18:16

왜냐면

박지원의 이용후생과 맥이 닿은 실용주의
새 정부의 그것과 다른 점은 정신적인 면
같은 물이라도 독사가 먹으면 독이되고
젖소가 먹으면 우유가 되는 법이다
도덕성 무너진 성장은 사상누각과도 같다

인간이 인간됨은 정신세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간이 동물과 다름은 도덕이라든가 윤리 같은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 정부가 쉴 새 없이 쏟아내는 정책이라는 것들을 보면 경제, 경제, 경제, 경제요, 그 경제를 위한 실용주의뿐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실용주의라고 하면 조선 정조 때의 실학자 연암 박지원이 떠오른다. 실용주의는 프래그머티즘의 역어로 실제의 결과가 진리를 판단한다고 하는 철학사상을 말하는데, 사고나 관념의 진리성은 실험적인 검증을 통해 객관적으로 타당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지원은 <열하일기>를 통해 기구를 편리하게 쓰고 먹을 것과 입을 것을 넉넉하게 하여 국민의 생활을 윤택하게 한다는 ‘이용후생’을 주장했다. 그는 <광문자전> <역학대도전>를 써 양반계층과 도학자들의 도덕적 위선을 날카롭게 풍자하는 가운데 사회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박지원은 한국의 실용주의의 밑그림을 그렸다 할 것이다.

실용주의는 예나 지금이나 유용하다. 그럼에도 현정부의 실용주의를 문제삼고자 한 것은 박지원의 그것과는 달리 인간을 인간되게 하는 도덕이라든가 정신적인 면을 도외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항간에는 인터넷을 타고 번지기 시작한 ‘고소영 에스라인’이라든가 ‘강부자’ 등의 신조어가 봇물을 이룬다. 이외에도 강남의 금싸라기 땅을 실제로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을 가르킨다는 ‘강금실’, 이경숙 인수위원장 이름을 영어식으로 발음한 ‘리켱숙’, 고려대·경상도·강남 첫글자를 딴 ‘3K’, 테니스의 인맥을 지칭하는 ‘T라인’ 등 실로 많은 신조어들이 사회 곳곳에서 이명박 정부를 비웃고 있다. 이는 위장전입을 하고 자식을 위장으로 취업시키고, 비비케이는 자기 회사가 아닌데 자기 회사라 했다고 자신이 거짓말쟁이임을 스스로 밝힌 꼴이 된 이명박씨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을 때 이미 예견되었던 일이다.

그의 인사 스타일을 보면 과거야 어찌됐건 능력만 있으면 된다는 식이다. 그러나 같은 물이라도 독사가 먹으면 독이 되지만 젖소가 마시면 우유가 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같은 능력이라도 바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 사용하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지만 도덕성에 문제가 많은 사람이 쓰면 사회를 어지럽히기 때문이다.

도덕성이 결여된 사람들은 대개 모든 것을 자기중심으로 생각하려는 경향이 있다. 부동산 투기를 하든, 위장전입에 위장취업을 하든, 남을 속이든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라도 사양하지 않는다. 법망에 걸려 쇠고랑만 차지 않을 일이라면 말이다. 이들은 마치 지구가 자기를 중심으로 돌아주기를 바라는 것처럼 생각한다.


자기중심의 사람들이 만들어낸 것이 있다. 소위 패거리문화라는 것이다. 여기에서는 나와 가까운 사람이 하면 나쁜 일도 좋은 일이 된다. 그러나 상대방과 가까운 사람이 하면 좋은 일이라도 나쁜 일이 된다. 이명박 정부의 장관 예정자에서 탈락한 세 사람 말고도, 과거에 장상·장대환 총리 후보자나 한나라당이 낙마시킨 많은 장관 후보자들을 쟀던 그 잣대를 현재 장관들에게 들이댄다면 과연 그 직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 의심스럽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은 이들의 인준동의안을 부결시키려는 의원들에게 국정의 발목을 잡으려 한다며 외양간의 소가 다 웃을 말로 목에 핏대를 올렸다.

방법은 달리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자신의 전재산을 내어놓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무엇보다도 먼저 지키고, 경제를 신장시키기 위한 실용주의를 국민들이 기름진 돼지가 아닌 인간으로서의 행복을 누릴 수 있게 하는 데 쓰도록 표방해야 한다. 도덕성이 결여된 상태에서의 경제성장도 우선은 성공처럼 보일지 모르나 그것은 사상누각과도 같은 것이다.

나는 소망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도덕성이라는 기초 위에 경제라는 건물을 세워 국민을 행복하게 하기를. 또, 대통령이 되려고 전 재산을 내어놓겠다고 했을지라도 그 약속을 지켜 5년 임기를 마친 후 빈손으로 국민의 환호를 받으며 청와대를 나오기를.

임종석/충남대 일어일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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