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운하는 인공물이지만 숲은 물 정화하고 홍수 막는 보물숲가꾸기 일자리창출 효과 크고
지구 온난화 막아 진정한 ‘실용’ 운하는 자연을 거스르는 인공물이지만, 숲은 자연에 순응하며 생태계 보물창고 구실까지 떠맡는다. 지금 운하보다 숲이어야 하는 까닭을 톺아본다. 들어가는 비용과 생기는 일자리부터 짚어보자. 지난 1월31일 서울대 교수와 학생 200여명이 토론회를 열며 운하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돈을 따져보았다. 운하를 유지하고 관리하는 비용, 생태계 훼손 비용, 다리 건설 비용, 교통체증 비용만 40조∼50조원이 든다. 철새가 사라지는 환경 재앙이나 문화재가 물에 잠기는 손실, 운하용수를 끌어오면서 생기는 수질오염 따위는 아예 셈에 넣지도 않았다. 숲을 가꾸는 데는 얼마나 들까? 올해 전남 고흥군 2670㏊ 숲가꾸기 예산 34억원을 산림청에서 정한 2008년 우리나라 숲가꾸기 전체사업 면적 20만8000㏊에 대입하면 대략 3400억원 정도다. 운하건설 기간을 4년으로 환산해도 1조5000억원 남짓이다. 운하 건설보다 숲가꾸기가 더 알뜰하다. 일자리를 만드는 효과도 셈해 본다. 운하 사업을 기획한 고려대 곽승준 교수의 ‘대운하 건설의 경제성 분석’을 보면, 29만명 정도가 고용창출 효과를 누린다. 숲가꾸기는 10만㏊를 기준으로 연인원 250만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가지치기나 솎아주기 따위의 단순한 일을 넘어, 지자체별로 농촌 고령인구가 주체가 되어 한계농지나 마을 빈터에 나무를 심고 가꾸어 농촌과 숲 관련 문화 사업을 펼치는 사회적 기업으로 운영하면 훨씬 내실 있는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숲가꾸기에서 나오는 부산물로 꾸리는 목재산업에서도 2차 고용창출 효과를 누릴 수 있으니 숲이 가져다주는 일자리는 참 살뜰하다. 마지막으로 짚어볼 고갱이는 자연 재앙. 자칫하면 내 아이 미래와 삶의 터전이 날아갈 판이니 결코 허투루 넘길 수 없다. 운하는 배가 다니게 ‘보’를 쌓아 물을 가두고, 뱃길에 쌓인 흙더미를 파내야 한다. 보를 설치해야 할 경부운하 98㎞ 구간은 더 위태롭다. 지금으로서는 갑자기 들이닥치는 집중호우와 홍수 때 물이 얼마나 넘치는지 예측하고 막아낼 뾰족한 방안이 없다. 경부고속도로 길이에 33층 아파트 높이만큼 쌓을 수 있는 어마어마한 흙더미를 긁어내어도(한반도대운하연구회 자료-전체 굴착량 11억5천만㎥) 낙동강이나 한강이 천연덕스럽게 견딜 수 있을까? 상수원을 잘못 건드려 마음 놓고 물도 못 먹으면 어쩌나? 이런, 벌써 걱정이 현실로 나타난다. 낙동강이 페놀유출로 몸살을 앓는다. 페놀 몇 방울(?) 흘렸는데 저 정도인데, 사람 몸에 좋지 않은 물품을 가득 실은 배가 기우뚱거리기라도 하는 날이면? 아찔하다. 기댈 곳은 숲뿐이다. 숲을 가꾸면 비온 뒤 빗물이 바로 증발하거나 골짜기로 흘러가는 양(지표 유출량)이 20%나 줄고, 땅으로 스며들었다가 서서히 계곡으로 흐르는 양(기저 유출량)은 35%로 늘어나 돈으로 도배하는 운하와는 달리 절로 보(녹색 댐)가 생긴다. 물을 깨끗이 거르고, 홍수를 막는 것도 숲이요, 날짐승이나 길짐승을 품어주는 곳도 숲이다. 숲가꾸기는 농촌 살리기에도 유용하다. 사람이 떠난 시골에는 약 24만 가구의 빈집과 딸린 터가 흩어져 있다. 우거진 잡초에 허물어진 빈집은 청소년 범죄가 일어나기 쉽고 보기에도 을씨년스럽다. 빈집을 수리해 농촌의 문화 활동 공간과 농촌과 도시가 교류하는 곳으로 만들고, 주변 50m×50m(0.5㏊) 넓이에 나무를 심어 숲으로 가꾸자. 0.5㏊ 숲은 우리나라가 기후변화협약에 가입했을 때 이산화탄소 절감운동을 인정받아 탄소거래를 할 수 있는 최소 단위다. 그러니 숲은 농촌도 살리고, 지구 온난화도 막는 양수겸장인 셈이다.
숲가꾸기는 자연에 생채기 내지 않으면서 사회·경제·환경에 두루두루 실팍한 열매를 주니 이만한 ‘실용’이 또 있을까? 요즘 넘쳐나는 ‘실용’이란 말이 헷갈려 민중 국어사전을 뒤적였다. ‘실제로 소용됨’ 운하! 실제로 쓸모가 있을까? 김시열/다음 카페 ‘그래!숲’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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