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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3.13 18:50 수정 : 2008.03.13 18:51

왜냐면

중학교 오자마자 초등과정 평가
전국 단위로 치러 부담 줘야 했나
교육방법론 찾기 본래 취지 맞게
성취 낮은 지역 지원 자료로 써야

며칠 전 중1 학력진단평가가 전국 16개 시도에서 시행됐다. 시험 전부터 중학교에 입학해서 초등과정 시험을 치르는 것을 두고 학부모와 교사들의 찬반이 팽팽했고 사교육 시장도 덩달아 후끈 달아오르기도 했다. 학부모의 한사람으로서 상위 학교에 진학해서 아직 적응도 안 되고 어리둥절한 중1 학생들에게 입학 며칠 만에 전국 단위의 시험을 치르게 하여 꼭 그렇게 부담을 줄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교육에서 평가는 절대 필요한 과정이다. 일정한 교육과정을 마치고 교육이 제대로 습득되었는지 파악하고 또 부족한 학생에게는 기초학력을 높이는 보정교육을 위해 학기 중에 실시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학생들의 학업 능력을 파악하고 수준에 맞는 교육수준을 정하고 방법론을 구축하려고 새 학기에 필요한 경우도 있다. 순수하게 후자의 경우 즉 학생들의 학업 수준을 진단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차라리 2월 중순에 실시하는 단위학교의 반 배치 고사로 충분하지 않았을까, 혹은 이것을 확대해 활용할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 많은 학부모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이번 시험 성적을 중학교 성적에 5% 반영한다는 것이다. ‘5% 반영’은 전국에서 일률적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라, 학교의 위상을 높이려는 독려의 한 방법, 즉 학생들의 평균 점수를 올리려고 학교 단위의 지침으로 정했으리라 생각한다. 전국 모든 중학교가 직접 가르치지도 않은 초등학교 시험 성적을 중학교 학업 성적에 반영한다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어 보인다. 학생들로서는 시작부터 불공평함을 강요당한다고 느낄 수도 있다. 초등 과정의 결과를 가지고 이득을 보는 학생이 생긴다면, 이는 상위 학교에 진학해서 새롭게 분투하고자 하는 다수 학생들의 의욕을 꺾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본래 이번 평가의 취지는 전수조사를 통해 학생들의 학업 능력을 파악하고 수준에 맞는 교육 기준과 방법론을 정하는 것이었다. 굳이 과목별 학생의 백분위 위치 혹은 전국 몇 등 따위의 거대 단위 석차를 공개할 이유가 없다. “학생이 자신의 위치를 알아야 자기계발의 필요성을 느끼고 학업동기가 증대될 것 아닌가”라는 논리를 내세운다 해도 충분, 보통, 노력을 요함, 부족과 같은 등급 표시 정도의 표기가 무난해 보인다.

결론적으로 이번 중1 진단평가가 애초의 시행 취지를 뛰어넘는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 교육감들은 아마 다른 시·도교육청의 교육감들과 서로 경쟁하고 싶을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 지역은 전국에서 몇 번째 성취도를 나타내고 있는지가 자신들의 능력 평가쯤으로 오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청 단위의 경쟁, 단위 학교 간의 경쟁과 같이 교육 단위 간 경쟁이 지나치게 일상화되지 않아야겠다. 그러잖아도 교육에서 ‘자율과 경쟁’의 구호가 강조되는 새 정부의 분위기 속에서, 이번 평가의 자료가 가뜩이나 힘든 학부모들에게 사교육을 더욱 부추기는 사례가 되지 않았으면, 학교에서는 학년별 우열반을 만든다든지 하는 부작용이 생기지 않았으면 한다.

이번 평가가 학생간·학교간·지역간의 격차만을 다시 한번 드러내는 무의미한 작업이 아니라, 중등과정을 시작하는 아이들의 학업성취도를 정확히 알아보고 학력 차이나 간격을 좁힐 수 있는 거시적인 교육적 대안 제시용으로 활용돼야 한다. 그리하여 학업성취가 낮은 지역의 교육환경을 개선해 주고 면학 분위기를 높이려는 지원으로 이어져야 한다.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들에게는 보정교육을 강화하는 구체적인 후속조처의 자료가 돼야 함은 물론이다.


신순용/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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