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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3.13 18:54 수정 : 2008.03.13 18:54

왜냐면

지난해 10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미국의 다국적 제약회사인 비엠에스(BMS)의 새로운 백혈병 치료제인 스프라이셀의 건강보험 적용을 결정했다. 그 뒤 건강보험공단과 비엠에스는 몇 차례 약값 협상을 벌였으나 제약사가 1정당 6만9135원의 높은 가격을 굽히지 않으면서, 지난 1월14일 끝내 협상이 결렬됐다. 이제 남은 것은 보건복지가족부 약제급여조정위원회를 통해 약값을 결정하는 과정이며, 오늘 약제급여조정위원회가 열릴 예정이다.

스프라이셀은 만성골수성 백혈병 환자들이 글리벡이라는 치료제에 더는 반응하지 않을 때 먹는 중요한 약이다. 그러나 문제는 약을 만든 제약회사에서 스프라이셀 약값을 너무 턱없이 높게 불러 매일 이 약을 먹어야 하는 환자들은 한 달에 약값만 무려 400만~600만원, 연간 5000만원 이상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조사인 비엠에스는 스프라이셀 가격 산정 기준으로, 개발비와 생산비가 아닌 글리벡 약값을 근거로 들었다. 글리벡 1정이 2만3045원이니 글리벡 하루 복용량과 스프라이셀 하루 복용량을 단순 비교해 1정당 6만9135원의 높은 약값을 요구하는 것이다. 글리벡은 지난 2003년 당시 노바티스에서 시장 철수 등의 압력을 행사해 높은 가격으로 건강보험에 등재된 약품이다. 글리벡 약값은 다국적 제약회사인 노바티스가 우리나라 실정에 맞지 않는 전세계 동일 약값을 주장하며 자신들의 경제적 이윤 추구를 내세워 결정된 약값이다. 비엠에스는 스프라이셀에도 이런 논리를 들이대는 것이다. 의약품 특허권을 내세워 이윤 추구에 혈안이 된 다국적 제약회사의 횡포는 이번 스프라이셀 약값 결정 과정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그간 국민이 먹는 약값 결정 과정의 문제가 끊임없이 지적됐다. 신약 개발비와 유통비, 제조비뿐만 아니라 제약회사의 순이익을 고려하더라도 너무 높게 책정되는 약값 때문에 건강보험은 적자에 허덕이고 환자들은 울며겨자먹기로 비싼 약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약값이 높게 책정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새로운 약의 건강보험 등재 약값을 결정할 때 선진 7개국(미국·영국·프랑스·일본·이탈리아·스위스·독일)의 평균 약값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약값이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이들 국가들은 우리나라보다 경제력이 월등히 높은 나라들이다. 이처럼 개별 국가의 경제 수준과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들의 경제적 이윤만을 추구하는 다국적 제약회사의 횡포로 한국의 약제비 지출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으며, 건강보험 총진료비의 약 30% 정도를 차지하고 있어 건강보험 재정적자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이에 지난 2007년 7월 보건복지가족부는 약제비 절감과 국민건강 증진을 위해 비용 대비 효능이 좋은 의약품만 선별해서 건강보험 적용 대상으로 등재하는 선별 목록(포지티브 리스트) 방식을 포함한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시행했다. 이번 백혈병 치료제인 스프라이셀의 약값 결정은 보건복지가족부가 내놓은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평가하는 시험대이다. 비엠에스가 건강보험공단에서 제시한 협상안을 거부하면서 스프라이셀의 약값 결정이 보건복지가족부의 약제급여조정위원회로 회부된 이상 보건복지가족부는 자신들이 세운 정책을 충실히 이행해야 할 것이다.

만약 스프라이셀 가격이 비엠에스에서 요구한 높은 약값으로 결정되면 현재 임상시험 중이거나 시판허가를 기다리고 있는 새로운 백혈병 치료제의 가격이 연속 고공행진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 보건복지가족부가 자신들이 추진한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시행할 의지가 있다면 제약사의 손을 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약제비 적정화 방안 실현과 환자들의 의약품 접근권 확대를 위해 보건복지가족부 약제급여조정위원회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현옥/건강세상네트워크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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