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청소년위 복지부로 흡수통합된 뒤일제고사 부활·24시간 교습 조례
청소년 당사자의 행복추구권은 외면
눈높이 정책 펼 전문관료 없어 문제 새 정부 출범 이후 국가청소년위원회가 보건복지가족부로 사실상 축소돼 흡수통합됐다. 바로 이어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일제고사가 실시됐고, 12일에는 서울시의회가 학원 교습 제한시간을 철폐하는 조례안을 상임위에서 통과시켰다. 일련의 이런 조처 속에 찾아볼 수 있는 우리 사회의 이율배반적 현상은 그동안 정부는 물론 모든 어른들이 미래의 주역이라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불러온 청소년들에 대한 존중과 건강한 육성 정책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국가청소년위원회는 1964년 당시 내무부에 청소년보호 종합대책위원회가 설립된 이래 40여 년 동안 아홉 차례나 청소년 소관 부처가 이리저리 바뀌어 오다가 97년 청소년보호위원회가 발족하고 연이어 문화관광부로 이원화돼 있던 청소년 육성 업무를 통합해 발족한 국가 청소년 정책의 중심 부처였다. 그러나 새 정부 출범 이후 위원회는 다시 일개 ‘청소년실’로 축소돼 수십년 쌓아온 청소년 기본정책 수립·집행에 관한 종합적 흐름이 훼손받고 있다. 공교육 정상화로 청소년들의 행복추구와 건강한 성장을 꾀해야 할 서울시의회의 교육위원장은 ‘공부하다 죽은 청소년’을 보지 못했다며 심야까지 사설 입시학원에 청소년을 내모는 해괴한 처사를 자행하고 있고, 전국의 시·도교육청 16곳과 지방의회도 24시간 학원 영업을 승인해주거나 학원 교습 제한 시간을 밤 11시 또는 0시로 약속이나 한듯이 늘리는 게 작금의 어이없는 현실이다. 도대체 왜 이런 일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정부와 국회에 청소년 문화와 환경을 이해하고 그들에 맞는 눈높이로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하는 관료가 극소수여서 국가 청소년정책의 철학이 부재한 것이 모든 문제의 출발선이라 볼 수 있다. 대한민국 구석구석 청소년 업무를 담당하고 시행하는 지자체와 공공기관에 청소년 전문가나 청소년 지도자는 없고 기계적인 공무원만 존재하는 것도 문제다. 일선 교육청과 지방의회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일례로 이번 학원 교습시간 제한 규정을 담당한 서울시의회 교육문화위원회 15명 중에도 청소년 관련학을 전공한 사람은 아예 없고 청소년단체 지도자 경력자도 1명에 불과하다. 온 나라가 말로만 청소년이 국가발전의 동량이라면서 청소년 문화발전 정책을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철학적 시스템이 부재하니 그야말로 청소년 정책은 청소년들이 아닌 청소년들 덕분에 밥먹고 사는 어른들을 중심으로 세워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우선 청소년기본법에 명시돼 있지만 시행되지 않고 있는 지자체 청소년 전담부서 및 청소년 전담 공무원제를 시급히 시행해야 한다. 특히 청소년 전담 공무원제는 정책의 안정성을 도모하고 중앙과 지방 청소년 정책의 유기적 연계를 강화하는 데 필수적인 사안이다. 건축·하수·교통 등을 담당하던 공무원이 보직 순환 근무를 하면서 청소년 업무를 담당하게 되는 것은 난센스 아닌가. 정당내 청소년계 비례대표 제도를 도입해 청소년 관련법이 개별 의원의 정치적 이해득실과 외부의 요구로 제·개정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청소년을 모르는 정부와 지자체가 청소년들을 위한다며 전문적 식견도 없는 비뚤어진 정책을 강요하는 이 잘못된 현상을 고치는 것이야말로 새 정부가 내세우는 실용의 출발이 될 것이다. 청소년이 진정 미래의 주역으로 성장하려면 어떤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할 때다.
이영일/서울흥사단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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