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웬만한 나라마다 있는 국립자연박물관우리는 20여년간 각계 노력에도
정권 바뀔 때마다 공수표만
경제외교도 좋지만 문화외교도 배워오길 거의 20년 전에 문화부는 용산의 미군기지가 이전하면 그 자리에 국립자연박물관을 지어 국립중앙박물관, 전쟁기념박물관과 함께 문화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그후 서울시도 그 자리에 체육공원, 자연공원, 동물원을 만들어 가족공원화하고 이 안에 자연박물관을 세워 시민의 휴식과 여가 선용의 자리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문화부는 이런 청사진 아래 공무원을 유럽으로 보내 현지 시찰을 다니게 해 학계의 기대를 한껏 부풀게 했다. 그러나 문화부 예산이 확보되지 않자 26개 학회와 단체는 국립자연박물관 설립추진위원회를 만들어 국내외 심포지엄을 열어 여론 환기와 대정부 건의에 들어갔다. 그러기를 5년, 마침내 1995년에 김영삼 정부는 주돈식 당시 문화체육부 장관으로 하여금 유럽의 대형 자연박물관을 보게 한 다음 국립자연박물관 건립을 공표하고 학계 전문가 30여명으로 ‘국립자연박물관 건립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그후 3년간 예산 10억여원을 투입해 10여건의 보고서를 냈다. 국가 백년대계의 문화적 대역사의 초석이 닦아진 상태였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면서 갑자기 예산을 중단했다.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에서였다. 실로 당장 눈앞의 돈벌이에만 급급한 얄팍한 장삿속의 천박한 문화인식과 무지의 소치였다. 국립자연박물관은 지질, 화석, 광물, 동식물, 천문 등 자연과 인류에 관한 자료를 수집해 보존, 연구하고 자연 속에서 인간이 주고받은 관계의 의미를 새겨 현재와 미래에 접목해 국민에게 문화과학적 감각과 비전을 갖게 하는 자연과 문화의 산 교육장이다. 영국, 미국, 프랑스, 스페인 등 선진국과 동구권 나라들은 물론 인도, 몽골, 타이 같은 나라에도 있다. 국립자연박물관은 나라의 정체성과 개성, 품위를 나타내는 과학문화국가의 상징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과 워싱턴 기념탑 사이에는 몰 공원이 있는데 여기에는 국립 항공우주박물관, 국립기록보관소, 국립역사기술박물관 그리고 국립자연박물관 등 10여개의 박물관들이 즐비하게 둘러앉아 있다. 그중 가장 오래되고 큰 기관이 국립자연박물관으로 관람객이 연 800만명에 이른다. 역사가 짧은 미국이 정치의 심장부에 박물관들을 들어앉힌 이유가 무얼까? 그간 2004년 10월에 열린 세계박물관협의회 서울 총회 당시, 국내 42개 학회와 단체가 정부에 국립자연박물관 건립을 촉구하는 건의문을 채택했다. 이 밖에도 정부에 올린 건의문만 10여차례에 이르고 관련 보고서도 20여건, 그리고 언론 보도도 100여건에 이른다. 문화부는 해마다 예산만 형식적으로 올릴 뿐 예산을 따내지는 못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곧 미국을 방문한다. 바로 미국의 국립자연박물관이 있는 워싱턴에 간다. 경제외교도 좋고 세일즈 외교도 좋다. 그러나 기왕 워싱턴을 방문한 터에 미국 국립자연박물관에 잠시라도 둘러보기를 권한다. 그리하여 서울 용산 국립자연박물관 건립이라는 역대 정권들의 공수표 남발을 현실로 바꿔 놓는다면 문화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을 것이다. 이병훈/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로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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