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기업에 고용된 변호사·회계사라도내부 비리 목격땐 신고 의무화 필요
국가 자격증 부여했다는 것은
고객 비밀보다 공익이 상위 윤리 “내부고발자의 한 사람으로서, 지금도 관련 운동을 전개하는 사람으로서 김용철 변호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국민권익위원회 청렴교육 강사로서 최근 공무원 대상 교육 중에 받은 질문이다. 이 질문에 대해 김 변호사의 폭로는 우리 사회 내부고발사에서 가장 파급효과가 큰 사건으로 기억될 것이며, 중요한 것은 김 변호사가 말한 내용이 ‘과연 진실인가? 그리고 그것이 공익에 부합하는가?’ 하는 것이며, 그 고발로 인해 삼성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부정 비리는 언젠가는 드러난다는 것을 여실하게 보여줌으로써 부패예방 시스템 확립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답변이 끝나자마자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삼성으로부터 각종 혜택을 다 받다가 이제야 나서는 것은 순수하게 받아들일 수 없다”는 목소리가 제법 터져 나왔다. 이처럼 김 변호사의 폭로에 부정적인 견해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왜 현직에 있을 때 하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여론의 압력 등으로 징계 자체는 없었지만 김 변호사가 자신이 일하던 삼성의 내부 비밀을 폭로한 것은 ‘변호사 또는 변호사였던 자는 그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해서는 안 된다’는 변호사법 제26조(비밀유지 의무 등) 위반이라며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징계를 논의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김 변호사가 설령 ‘현직’에 있을 때 폭로했다고 하더라도 고객준수니 비밀준수 의무 위반이니 해서 시비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이 두 가지 논란거리를 법적 장치를 갖춤으로써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110억달러라는 회계부정 사상 최대 사건으로 파산했던 월드컴과 역시 분식회계로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파산을 가져왔던 엔론 사태 이후 미국은 이 사건들이 내부고발자들에 의해 밝혀짐에 따라 2002년 기존 법을 개정해 내부공익신고자 보호를 기업 고용인으로까지 확대한 ‘사베인스-옥슬리’라는 기업개혁법을 제정했다. 특히 이 법에서는 증권거래위원회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변호사는 고용인 또는 기업에 대해 호루라기를 불도록 의무화했으며, 김 변호사처럼 고용된 변호사를 포함한 상장회사의 종업원이 감독권자 및 연방 규제기관 등에 내부고발 때 보복을 금지하며 만일 보복했을 경우 그 관리자는 10년 이하의 형사처벌에 처하도록 할 뿐 아니라, 기업 내부에 내부고발 접수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우리도 일정 규모 이상 기업, 예를 들면 상장기업의 경우 고용된 변호사나 공인회계사, 세무사 등 국가자격증을 갖고 있는 사람부터라도 최소한 비자금 조성이나 분식회계, 탈세 등 기업 내부의 비리를 목격했을 때 관련 기관에 신고하도록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 경우 현행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것처럼 ‘타 법령, 단체협약 또는 취업규칙 등 관련 규정에도 불구하고 직무상 비밀 준수를 위반하지 아니한 것으로 본다’를 적용하면 될 것이다. 이들이 비록 민간인 신분이라 하더라도 국가가 자격증을 부여했다는 것은 그만큼 사회와 국민 생활에 영향을 끼칠 여지가 크기 때문이며 그에 합당한 전문직업인으로서 좀더 높은 윤리가 요구된다. 이러한 법 제도가 마련된다면 김 변호사처럼 퇴직 뒤 고발로 인한 불필요한 논란도 잠재울 수 있을 것이고, 또한 비밀 준수 위반으로 인한 징계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며, 궁극적으로 기업 투명성을 제고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지문/공익제보자와 함께하는 모임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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