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감축 중단도 미국의 필요에 의한 것괜히 비공식 의제로 다룰 경우
방위비 부담 떠넘기려는 미 의도에 빌미 정부가 8일 열리는 한-미 안보정책구상(SPI) 회의에서 주한미군 감축 중단 문제를 비공식 의제로 다룰 방침이라고 한다.(<한겨레> 4월7일치 2면) 한·미 군 당국은 미국의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계획(GPR)에 따라 2008년까지 3만7천여명의 주한미군을 2만5천명으로 줄이기로 해 현재 2만8500여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버웰 벨 주한미군사령관은 미국의 예산 문제로 주한미군 현대화가 늦어지자 연초에 감축 합의 이행을 중단하자고 한국 정부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벨 사령관의 제안이 일반 국민의 안보 정서에 부합하고 한반도 안보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한편, 국방부는 이 문제를 우리가 먼저 공식화할 경우, 감축 중단으로 인한 비용 부담을 우려하고 있다고 한다. 주한미군 감축이 그렇듯이 지금의 감축 중단도 미국의 필요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국방부가 비용 부담을 우려한다면 주한미군 감축 중단 문제를 비공식 의제로 협의할 방침을 정할 필요가 없을뿐더러 우리 쪽의 추가 부담 없는 주한미군 현 수준 유지 가능성을 타진할 필요도 없다. 국방부의 이런 방침은 주한미군 감축 중단을 한국의 요구 또는 양쪽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는 식으로 정리하여 주둔 비용 부담을 상당 부분 떠넘기려는 미국의 의도에 말려드는 빌미가 될 수 있다. 또 국방부는 미국이 부담하기로 한 미2사단 이전비용의 50%를 국민 세금인 방위비 분담금으로 충당하는 문제로 곤혹스러운 처지에 있다. 국방부가 안보를 위해 미국으로부터 주한미군 감축 중단을 이끌어냈다고 주장하면서 그 대가로 미2사단 이전비용 부담을 합법화·정당화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을 갖고 있다. 국방부가 안보 문제를 들어 주한미군 감축 중단을 환영하는 것도 설득력이 없다. 한·미 당국은 주한미군 감축을 합의할 때 양국의 전력은 오히려 강화될 것이라고 수없이 공언했다. 실제로 주한미군은 110억달러의 전력증강을 이미 단행했고, 한국군은 국방개혁 2020이라는 이름으로 2020년까지 무려 621조원에 이르는 국방비를 증액할 계획이다. 한·미 당국이 주변국이 위협을 느낄 정도로 대규모 군비증강을 단행해 온 이유는 방어를 위한 것이 결코 아니다. ‘북한군 격멸’, ‘북한 정권 제거’를 노리는 작전계획 5027의 작전목적을 수행하기 위한 것이자 주한미군의 신속기동군화(전략적 유연성)와 한국군이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다. 바로 이처럼 위험한 군사전략과 전력을 구비하고 있기 때문에 주한미군은 한반도의 안보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안보 불안을 불러오는 과잉전력이다. 그리고 우리 국민은 주한미군 감축 합의가 이뤄졌을 때도, 주한미군이 상당 부분 감축된 지금도 아무런 안보불안 없이 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안보 타령을 늘어놓는 것은 미군 바짓가랑이 잡고 늘어지는 마마보이들의 행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6자 회담이 진전됨에 따라 한반도 비핵화와 함께 한반도 평화협정에 대한 논의가 곧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한반도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대북 방어를 명분으로 주둔해 왔던 주한미군은 더는 주둔할 근거와 명분이 없어진다. 국방부가 주한미군 감축 중단 논의를 하겠다는 것은 이와 같은 정세와는 동떨어진 것이다. 국방부는 정세의 흐름을 거스르고 국민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는 주한미군 감축 중단 논의에 나서서는 안 된다.
유영재/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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