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국회의원 1명 1년 유지비 3억5천만원4년이면 14억, 14억짜리 상품 사는데
정책·공약·쟁점도 없이
단지 ‘메이커’(정당)만 보고 사라니 소비자가 원하는 물건이나 서비스를 사는 행위를 ‘소비’라 한다. 이런 흐름에서 유권자가 지지하는 정당과 후보에게 표를 던져 정치인을 뽑는 것을 ‘정치소비’라 할 수 있다. 같은 원리로 유권자는 곧 ‘정치소비자’가 된다. 국민은 정치서비스를 하는 공급자와 후보를 표로 선택하고 자신이 뽑은 공급자(정치인 및 정당)와 후보자가 제공하는 정치서비스를 받는 고객, 즉 소비자가 된다. 세금을 내는 국민이 자기를 대신해 ‘세금으로 월급 주고 세금을 어떻게 쓰도록 하는 일’을 하는 사람을 뽑는 걸 ‘정치소비’로 나타내는 건 딱 들어맞는 말이다. 기업은 소비자가 바라지 않는 상품은 만들지 않는다. 아무리 작은 상품이라도 만들기 전에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소비자의 욕구를 파악해 상품을 만들어 판다. 그렇지 않으면 만든 물건은 소비자에게 외면받고 기업은 망한다. 기업은 작은 상품 하나를 만들어도 소비자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파악하는 건 기본이고 당연한 것이다. 18대 국회의원 선거가 내일이다. 그럼에도 정책도, 공약도, 쟁점도 없이 후보이름만 달랑 내걸고 있다. 법을 만들고 정부와 사법부를 견제할 ‘국회의원’이란 상품을 각 정당이 소비자들 앞에 내놓는데 소비자가 어떤 상품을 원하는지도 모르고, 상품에 어떤 기능과 효용이 있는지도 알리지 않는다. 단지 ‘메이커’가 어디란 것만 알리고 ‘짝퉁 상품’을 팔려는 것, 아니 강매하는 것과 같다. 국회의원 1명이 쓰는 돈은 세비(월급), 차량운영비, 기름값, 사무실비, 보좌관, 비서관 인건비 등을 감안하면 한해 대략 3억5천만원이 넘는다. 임기 4년을 따지면 약 14억원의 국민 세금을 쓰는 셈이다. 일반 물품에 비교하면 14억원짜리를 한나라당, 통합민주당에서 만들었으니 내용물은 묻지 말고 무조건 찍어만 달라는 꼴이다. 어느 소비자가 14억짜리 상품을 사면서 기능도, 효용도, 가치도 모르면서 메이커만 보고 산다는 말인가. 이런 면에서 볼 때 우리 정당은 조그만 기업만도 못하다. 기업체보다 나은 것은 바라지도 않지만 최소한 소비자에 대한 일말의 양심도 없다고 본다. 고객이 어떤 제품을 원하는지도 모르고 비싼 상품을 사라며 메이커(소속 정당)만을 들먹인다. 강매행위가 아니면 ‘짝퉁제품’을 속여 파는 짓과 다름없다. 이런 상품을 만들어 판 기업은 처벌받는다. ‘짝퉁’을 만들어 파는 행위는 도덕적 책임뿐만 아니라 법률적으로도 엄히 처벌받아야 할 범죄행위다. 하지만 짝퉁 상품을 만든 기업은 처벌 받지만 짝퉁 정당과 정치인은 그렇잖다. 18대 국회의원 후보도 포장만 그럴 듯해 광고내용과 확연히 다르거나 내용물을 모르는 짝퉁 상품이 수두룩하다. 검증되지 않은 사람들이 ‘나에게 표를 달라’며 손을 벌리고 있는 모습이다.
이번 선거는 투표율이 50%를 밑돌 것이란 전망이다. 소비자는 살 만한 물건이 없는데 헛되이 돈을 쓸 이유가 전혀 없다. 찍을 만한, 찍고 싶은 후보가 없는데 투표하는 데 시간을 낭비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아무리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고궁 할인권 등을 주며 투표하라고 해도 헛일이다. 소비자는 공급자에 대해 ‘최종 심판자’다. 소비자 마음을 잘 알지 못하거나 짝퉁을 만드는 기업은 문을 닫게 해야 한다. 정치소비자도 표를 통해 정당과 후보자의 질을 바꿔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명품을 사지는 못해도 최소한 짝퉁을 구매하지는 않아야 한다. 정치소비자의 마음을 잡지 못한 정당과 후보자는 사라지게 해야 한다. 그게 말없는 다수 정치소비자의 힘이다. 조연행/보험소비자연맹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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