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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5.15 20:47 수정 : 2008.05.15 20:47

왜냐면

공연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는 곳예술가가 상업성에 치우치면대중은 작품을 외면하게 된다국립극장은 공공 문화정책의 선봉에 있어야 한다

최근 국립극장을 민영화하려는 정부의 계획에 대해 찬반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정부의 정책은 무엇보다도 신뢰할 만할 때 정책 실행과정 중 발생할 문제들을 최소화할 수 있다. 현 논쟁의 중심은 정부 정책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에 있다. 국립극장을 민영화해서 자본과 예술의 상관관계를 부각시키려는 정부 정책은 그간 국립극장을 통해 예술의 순수성을 지켜 나가려던 수많은 예술인들의 열의를 반영하지 못해 안타깝다. 국립극장은 문화 향유를 통해 이상 사회를 건설하려는 민중들의 소박하면서도 간절한 염원이 담겨 있는 곳이다. 그곳은 공연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는 곳이다. 배우들은 대중의 불만과 소망을 한데 모아 민족적 정서인 한을 작품으로 형상화하거나, 공연을 통해 삶에 대한 경외와 새로운 도전욕을 선사한다. 배우들이 공연장에서 경외와 도전욕을 선사할 수 있는 이유는 그들이 무대를 통해 대중과 만나고 대중의 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립극장을 민영화하려는 현재의 정책은 배우들에게 대중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해 버린다. 무대에 오르는 작품이 예술성을 드러내기보다는 상업성에 치우칠 때 대중은 작품을 외면하게 된다. 하이데거는 <예술 작품의 근원>에서 그리스 신전 건축과 횔덜린 등의 시에 나타난 소통과 순환에 대해 논한다. 그는 신성한 대지와 무규정적 세계가 만나 사람들에게 진리를 전하는 모습에서 실존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다고 말한다. 세상살이는 사람들이 서로 만나서 소통하는 가운데 자연의 순환을 경험하는 데 놓여 있음을 말한 것이다. 그의 진리론은 ‘보여주기’에 있다. 감춰진 것을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가운데 진리가 세상에 드러나 사람들이 세상 사는 맛을 느끼게 될 때 예술과 철학은 그 사명을 다한 것으로 본 것이다. ‘보는 것’에 관한 그의 논의는 최근의 디자인 철학에서 이어지고 있다. 디자인 철학이란 소통과 순환을 위해 세상을 ‘잘 보아야’ 함을 말한다. 막히고 감추어져 있는 세상의 모순들을 해결할 방안은 소통과 순환에 있다. 자연 재해가 일어난 곳에 구호의 손길을 보내는 일, 전제 정치로 억압을 받는 곳에 자유와 평등이 실현되기를 소망하며 민주주의의 허구를 고발하는 일, 폭력이 난무한 지구 곳곳의 문제들을 해결해내지 못하는 반민주적 행태들 ….

세상은 살 만해야 한다. 살 만한 세상을 위해 지혜를 모아도 세상은 여전히 살 만하지 못하다. 인간에게 여전히 지혜가 필요한 이유다. 그 지혜를 우리는 예술에서 얻을 수 있다. 예술가가 상업성에 치우치지 않고 예술성을 발휘할 수 있을 때 예술은 인간에게 삶의 진정한 가치를 깨닫게 해준다. 예술은 갑돌이와 갑순이가 서로 만나 세상을 신명나게 한판 살아볼 수 있도록 용기와 지혜를 부여해준다. 예술은 대중과 소통하며 대중의 소리를 듣기 때문이다. 이처럼 진리를 보여주는 예술은 상업성을 떠나 국가의 공공 문화정책으로 장려되어야 한다. 예술을 전적으로 민간에 위임할 때 기존의 순수 예술지향적 창작활동들은 경쟁과 수익구조에 내몰려 오로지 자본의 폐해만 드러나게 될 것이다. 대중은 예술은 없고 자본만 있는 세상을 원하지 않는다. 대중이 예술에서 지혜와 용기를 얻고, 배우가 공연에서 대중의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국립국장을 국가 문화 정책의 선봉에 세워 상업성에 치우치지 않는 예술진흥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문화가 곧 나라의 현재이고 미래이기 때문이다.

민영화 정책으로는 국립극장을 정상화할 수 없다. 현재보다 더욱 많은 문화진흥기금이 마련되고 문화 예산이 할당되어 예술인들이 헌신적으로 창작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래야 국가의 미래가 산다. 자본의 논리만으로 예술을 진단하려는 시도들은 독일의 예에서 많은 교훈을 얻어야 한다. 독일은 문화정책이 국가의 자긍심을 높여주고 국가 브랜드를 상승시켜 준다는 것을 알고 충분한 문화 예산을 확보해 문화인들이 전적으로 창작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고 있고, 문화를 통해 대중이 소통과 순환을 경험할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한다. 문화가 곧 국가의 현재와 미래라는 것을 인식한 것이다. 대한민국 문화정책을 통해 우리는 문화를 통해 한국인의 자긍심을 확보하고 국가 브랜드를 상승시키는 효과를 얻기를 원한다. 문화 예술인들을 민영화의 상업성으로부터 보호해 순수 창작에 몰두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주자.

김종대 한국외국어대 인문과학연구소 초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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