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교과부 산하 출연연구소 개편안 보면없애거나 대학 부설로 재판하겠다는 것
정부 주도로 한 차원 높게 정교화해온
연구개발 시스템 부정하는 이유는 뭔가
폭넓은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출연연구소 개편안이 일부 공개돼 전반적 개편안의 향방을 짐작할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 밝혀진 개편안의 주요 뼈대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생명연)·한국정보통신대·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를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에 통합하고, 부설연구기관인 핵융합연구소·극지연구소·국가수리과학연구소를 각각 한국원자력연구원·한국해양연구원·카이스트 부설 고등과학원에 귀속하는 것이다. 결국 카이스트에 다수의 기관을 통합하는 것과 부설 연구기관을 없애 방만한 조직을 정비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개편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제까지 과학기술계가 경험하지 못했던 근원적 변화를 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생명연을 카이스트에 통합시키는 것으로 대표되는, 출연연구소를 없애거나 대학 부설로 재편하겠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생명연뿐 아니라 원자력연구원과 항공우주연구원을 뺀 다른 이공계 출연연구소들도 단계적으로 국립대학에 ‘넘길’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예컨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을 서울대로 이관해 공과대학과 합칠 것이라는 것이 단순히 계획이 아닌 개편의 큰 방향의 일환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1966년 과학기술연구원 설립 이후 주요 분야별로 관련 국책연구기관을 두어 관련 분야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게 하고 필요한 원천기술과 국가 인프라를 제공하는 정부 주도의 연구개발 정책을 발전시켜 왔다. 이를 통한 대표적 성공 분야가 원자력과 정보통신 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부처별로 진행되는 방대한 국가 연구개발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과학기술혁신본부 등을 신설해 국가혁신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정부 주도 연구개발 시스템을 한 차원 높게 정교화했다. 이에 대해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선진국들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기존의 틀을 해체하고 과학기술부를 교육부와 통합했다. 물론 기존의 국가혁신시스템이 최상이라고는 강변하지 않겠다. 그러나 향후 국가 과학기술 발전을 위하여 점진적 진화를 거듭해 온 시스템을 근원적으로 바꾸려면 이에 대한 충분한 분석과 논의가 있어야 한다. 현재까지 구축된 국가혁신시스템을 부정하려면 그에 걸맞은 논리가 제시되고 폭넓은 공감대 형성이 우선돼야 한다. 충분한 논의 없이 ‘밀어붙이는 식’의 개편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지는 명명백백하다. 또한 국가혁신시스템을 대신할 정부의 국가 연구개발 시스템이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 만일 정부 주도 연구개발 시스템을 포기한다면 이명박 정부는 대학 주도 혹은 민간 주도 시스템으로 이를 대신하겠다는 것인지 공표해야 한다. 출연연구소의 연구 사업을 대학의 교육 사업에 계열화하거나 혹은 연구 활동을 교육 활동의 하위개념으로 삼아야 하는 이유를 정부는 왜 떳떳하게 밝히지 못하는가?
유장렬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선임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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