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8.05.19 20:31 수정 : 2008.05.19 20:31

왜냐면

2010년까지 20% 감원 첫수순 314명 인사
절반 이상 정년 1년 안팎 남겨둔 분들
“묵묵히 일해온 대가가 이거냐” 분루
청와대발 감축이 ‘퇴출 강제할당제’로
도려낼 철밥통은 실적에 눈먼 관료행정

하루 평균 400만 승객을 수송하는 서울지하철(1∼4호선) 현장이 벌집을 쑤신 듯 뒤숭숭하다. 서울메트로사 쪽은 지난 2일 대대적인 조직개편과 함께 전환배치 등 인사발령을 단행한 바 있다. 2010년까지 정원의 20.3%를 감원하기 위한 첫 수순으로, 여기에는 이른바 ‘서비스지원단’ 발령자 314명이 포함됐다. 서울시의 퇴출후보군 조직인 현장시정추진단과 유사한 곳이다. 사 쪽은 무능, 불성실, 상습 병가자 등을 솎아내 선정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서울시의 마녀사냥식 퇴출 제도를 답습하며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속사정을 들여다보자. 퇴출후보자의 절반 이상은 정년을 1년 안팎 남겨둔 고령 직원들이 대부분이다. 현장 직원들을 통솔하며 정비, 보수, 안전관리 업무 일선에서 일하다 하루아침에 보직도 없는 생뚱맞은 곳으로 내쳐졌다. 이들 중엔 업무 공로로 서울시장, 사장 표창을 받은 직원도 즐비하다. ‘묵묵히 일만 해온 지하 노동 20여년의 대가가 이거냐’며 분루를 삼키고 있을 뿐이다. 뿐만 아니다. 퇴출 후보로 낙인찍힌 직원 중엔 암으로 투병 중이거나 중병 끝에 힘겹게 재활치료를 하고 있는 경우도 상당수다. 중증 신장 질환으로 매주 두세 차례 혈액투석을 받아야 하는 사정으로 병가를 쓴 직원, 간암에 걸려 휴직 중인 직원, 뇌수술 후 회복 치료를 받고 있는 직원 등 열거하기도 딱한 사정들이다.

사 쪽은 ‘원직에 복귀하면 동료들에게 부담이 되기 때문’이라며 ‘퇴출대상은 아니다’라고 발뺌하고 있지만, 이미 대내외 홍보를 통해 ‘업무 부적격자’로 낙인찍고 난도질한 뒤의 변명일 뿐이다.

사 쪽이 이렇게 잔인하고, 비이성적인 인사발령에 목매단 이유는 서울시의 산하기관 공무원 강제퇴출 지시에 전전긍긍한 결과다. ‘규제 50건당 공무원 1% 감원’과 같은 엽기적인 청와대발 공무원 감축 정책은 서울시에서 ‘퇴출 강제할당제’로 증폭되고 있다. 공무원 ‘철밥통 깨기’가 위정자들의 ‘인기놀음’인 양 단골메뉴로 오르내리고, 실적을 상납해야 하는 산하 기관장들은 막무가내식 퇴출과 감원으로 장단을 맞추고 있다.

단체협약, 근로기준법조차 휴짓조각으로 만든 이러한 극약처방은 산하 직원의 생존권 불안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감원 계획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는 서울 양대 지하철공사는 역 무인화, 열차 정비 점검 횟수 축소, 기술인력 감원, 대대적인 아웃소싱을 추진하고, 1인 승무제도 모자라 무인운전 방침까지 거론하고 있다.

이미 역무인력 감원을 앞질러 시행한 도시철도공사의 경우, 안전 취약시간대인 심야(22시 이후)에 단 1명의 근무 인력만을 배치하고, 안내·매표소를 강압적으로 폐쇄해 이용시민의 큰 불편과 원성을 사고 있다. 빈발하는 열차사고 대처와 역사 내 안전을 무방비 상태로 방치할 뿐 아니라, 부정 무임승차가 급증하여 되레 적자를 늘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공공성과 안전은 뒷전이고, 적자를 늘리는 희한한 ‘경영 효율화’ 방침은 요금인상의 핑곗거리가 되어 시민에게도 부담을 지우게 될 것이다.

인력퇴출을 뒷받침할 요량으로 단행된 서울메트로의 조직개편도 당장 업무마비로 이어지고 있고, 보수, 안전점검 시스템을 붕괴시키고 있다. 이는 일시적인 진통으로 그치지 않고 대형사고로 곪아 터질 화근을 스스로 키우고 있는 실정이다.

돌이키기에 아직 늦지는 않았다. 안전과 공공성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검증하지 않고, 무엇보다 종사하는 노동자와 이용승객에게 어떠한 공감대조차 얻지 못한 오도된 구조조정은 중단해야 한다.

지하철에서 시급히 깨야 할 철밥통은, 마땅히 책임져야 할 안전과 편의, 공공성을 내팽개치고 ‘서류상의 실적’에 눈먼 관료행정이다. 정작 도려내야 할 군살은 시장의 그릇된 야심에 줄 대 사익에 귀먼 낙하산 인사들이다. 이들이야 말로 공기업에 방만하게 똬리를 틀고 있는 ‘철밥통’이자 ‘군살’들이다.

이호영 서울지하철노동조합 선전홍보부장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