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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24 16:45 수정 : 2005.04.24 16:45

법률업자들의 주장은 고비용의 법률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집단이기주의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독과점의 폐해를 여지없이 나타내는 것으로 그 뻔뻔스러움에 민망하기 그지없다. 수업 연한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건전한 시민의식을 가졌느냐가 절실한 시점이다.

문민정부 이래 우리는 사법개혁을 끊임없이 추진해 왔다. 사법 절차에 국민의 넓은 참여를 유도하고, 법률 유통비용과 시간을 줄이기 위해 부단하게 노력해 왔다. 그러나 십수 년이 지나도록 사법개혁을 위한 노력들은 좌절됐다. 변호사·판검사·법무부 등 법률업자들의 집요한 방해 때문이었다. 가장 쟁점이 되는 부분이 변호사 수 문제다. 법학대학원(로스쿨)을 통해 3천명선을 확보하자는 법학계 의견과 1200명선 고수를 주장하는 변협 등 법률업자의 견해가 상충하고 있다.

그러나 3천명이든, 1200명이든 법률독과점 해소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로스쿨의 수업기간은 3년인데 그동안 1억원의 수업료가 든다고 보고 있다. 과연 4년제 대학 졸업 뒤, 아니면 기존 사회경력을 접고 로스쿨에 다니려고 엄청난 경제적 부담을 감당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결국 막대한 학비 지출은 법률 소비자 부담으로 넘어가기 마련이다. 법률업자들의 1200명 주장 또한 일고의 가치가 없다. 고비용의 법률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집단이기주의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런 법률업자들의 주장은 독과점의 폐해를 여지없이 나타내는 것으로, 그 뻔뻔스러움에 민망하기 그지없다. 솔직히 4년제 법과대학만으로도 충분히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법학을 전공하지도 않은 브로커들이 횡행하는 법률 유통구조 속에서 살아오지 않았던가. 수업 연한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건전한 시민의식을 가졌느냐가 절실한 시점이다.

동네 빵집이나 가게도 법률업자처럼 수에 민감해하지 않는다. 일정 자격이 되면 자유롭게 가게를 열고, 경쟁 속에서 우수한 품질과 서비스로 승부를 가린다. 언제까지 법률업자들의 사정을 봐줘가며 그들의 의도대로 제도를 바꿀 것인가. 개혁의 대상한테 방법을 묻는 순간 이미 개혁은 강건너 불구경이나 다를바 없어질 것이다.

더는 나라나 백성이 변호사 자격증을 신줏단지 모시듯 과분한 대우를 해주는 악습을 버려야 한다. 대부분의 젊은 사람들이 비정규직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40대 중반만 되면 직장에서 소외되는 게 보편적인 현상이다. 그런데 무슨 돈이 있어 송사를 감당하며 고비용의 법률상품에 지출할 수 있다는 말인가. 아직까지도 독과점에 기대서 터무니없는 가격을 부르고,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법률업자들이야말로 자유시장 경제의 적이다.

따라서 국가는 법률업자에 대한 과분한 대접을 접어야 한다. 사관학교, 경찰대학을 나오면 5년 이상을 의무 복무해야 하지만, 사법연수원생에게는 사무관급 이상의 대우를 해줘가며 공짜로 교육을 시켜줘도 국민에 대한 의무는 하나도 지지 않는다. 세상에 이런 특권이 어디 있는가. 법률업자의 특권을 폐지하지 않고는 다양한 사회부문의 고른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어느 누가 평생 골머리를 싸매며 공부해도 경제적 안정과 사회적 신분이 유지되지 않는 일을 할 것인가. 웬만하면 하던 일까지 접고 한번의 시험 합격으로 평생 마르고 닳도록 해먹는 법률업자의 길을 찾을 게 뻔한 것 아닌가. 그래서 숱한 고시 낭인을 양산해 천문학적인 사회비용을 낭비시키는 게 현행 법률업자 양성제도의 고질적인 문제점이다.

시험 지상주의의 폐해를 우리는 지난 역사에서 쓰라리게 맛보았다. 과거에 매달려 세계의 흐름을 놓쳐 상당기간 주변국이란 설움을 겪었던 조선시대의 잘못을 앞으로도 되풀이할 것인가. 이제 법률업자의 이기주의가 더는 발붙이지 못하도록 철저히 감시해야 할 것이다. 국민의 감시가 전제되지 않은 법률업자끼리의 개혁논의는 한낱 구색 갖추기에 지나지 않는다.


위택환/공무원, 국정홍보처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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