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숨바꼭질하듯 운하게임이 매번 옷을 다르게 입고 우리를 놀라게 한다.물류·관광·지역개발·환경에 이번엔 물관리 명분이 얹어졌다.
강을 지키고자 하는 국민의 자연관을 부디 섬기길 바란다 참 악착같다. 국민들이 그렇게 말리는데도 고집을 꺾지 않으니 말이다. 작금의 운하 반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단순한 감정적 문제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다. 국민의 정신세계에 결결이 녹아 있는 나라와 국토사랑의 애정이며 강으로부터 비롯되는 생명의 터전을 지키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당선 뒤 국민을 섬기겠다고 했다. 대통령이 국민을 섬기는 나라! 국민이 대통령을 공경하고 섬기는 나라! 국민은 가슴속까지 따뜻한 미소를 머금었다. 국민의 자연관을 섬긴다면, 총선 뒤 대통령이 운하에 관한 새로운 메시지를 내놓을 줄로 생각했다. 일전에 국정설명회 자리에서 김태호 경남도지사를 비롯한 광역단체장들이 서로 자기 지역만이라도 먼저 운하를 만들게 해 달라 할 때도 침묵을 지키는 모습을 보고 우리는 대통령이 아직까지 깊은 사려를 하는 것으로 여겼다. 그제 아침신문에서 총선 전 폐지했던 ‘대운하국책사업단 부활’ 기사를 봤다. 마치 숨바꼭질하듯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던 운하게임이 매번 옷을 다르게 입고 우리를 놀라게 한다. 물류·관광·지역개발·환경으로 나타났다가 이번엔 ‘물관리’의 명분으로 돌아왔다. 애초에 제1 번으로 내놓아야 할 치수·이수 정책이 고개와 굽이를 돌아온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 물류와 관광, 지역개발 명분 때문에 국민 사이 갈등은 증폭되고 국민이 함께 사용해야 할 국토의 젖줄 부근마다 땅값이 치솟아 버린 파행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지금껏 많은 국민은 스스로 우리의 강을 깨끗하게 하는 데 온갖 힘을 쏟았다. 치수·이수·수질개선과 같은 일들을 정부에서 투명한 방향만 잡아주면 국민의 행동은 대단한 능동성을 발휘한다. 우리의 국민은 그간의 많은 시행착오를 체험했기에 악순환의 함정엔 발을 담그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정부에서는 ‘물길’, ‘수로’라고 강변하지만 국민이 원하는 정서는 강은 강이고 ‘생명의 길’이다. “국민 설득과 홍보를 본격적으로 하게 되면 국민 여론은 얼마든지 호전될 것이다.”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추부길씨가 국민에게 쏟아낸 말이다. 아직까지 국민을 함부로 교육시키려 하는 사람이 권력의 울타리 안에 있음을 경계한다. 옛말에 ‘소가 웃을 일’은 자주 있었지만 제발 ‘강이 웃을 일’은 하지 않기를 바란다. 국민의 뜻은 우리의 국토를 온전하게 지켜 가자는 것이다.
김상화 강살리기네트워크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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