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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5.26 19:30 수정 : 2008.05.26 19:30

왜냐면

국상의 슬픔에 빠진 나라에 가서
얼마만큼의 실용외교를 논할까
아픔을 이해하는 신뢰 쌓으면
방중 목적은 저절로 얻어질 것

이명박 대통령이 27일부터 3박4일의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한다. 이번 이 대통령의 방중은 한반도 주변 4강 외교의 일환으로 취임 직후부터 미리 예정되고 준비해온 행사다. 하지만 최근 수개월 사이 급격한 상황 변화를 겪으며 커다란 혼란 속에 빠져 있는 중국을 고려할 때, 이번 이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그 성격과 내용을 어느 정도 수정하는 배려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번 방중에 임하는 한국과 중국의 주된 목적을 살펴보자. 한국의 경우, 우선 재계 인사들이 대규모로 수행하는 그 모습만으로도 알 수 있듯, 실용적 비즈니스 차원의 방중임을 알 수 있다. 벌써부터 진통을 겪고 있는 이명박 정권의 새로운 대북 정책을 효과적으로 추진해 나가려면 북한에 대해 적지 않은 영향력을 지닌 중국과의 협조 또한 절실하다. 이외에도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및 한반도 평화체제의 추진 등을 위한 양국간의 긴밀한 협력 관계 수립과 같은 목적도 간과할 수 없다.

그런데 이와 같은 방중 목적을 위해서도, 집권 이후 열성적으로 강화시키고 있는 한-미 관계로 인해 상대적으로 거리를 느끼고 있는 중국에 대한 어루만지기는 이번 방중의 최대 현안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볼 때, 이명박 정권의 외교정책에 대한 중국의 섭섭함과 ‘오해’의 불식, 그리고 이를 통한 한-중 양국의 외교관계를 중국이 분류하는 최상급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키는 것이야말로 금번 중국 방문의 최대 성과가 될 것이다. 한편, 한국의 대통령을 맞이하는 중국 쪽의 주요 목적은,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에 대한 지지와 협력 및 대만 문제에 대한 중국 입장의 지지, 그리고 경제협력 강화 등을 들 수 있다.

비교적 순탄하게 진행됐던 중국 방문 준비가 중국에 몰아닥친 급작스러운 상황 변화로 난국을 맞이하게 되었다. 국내외적으로 불거진 티베트 사태와 올림픽 성화 봉송 사태, 설상가상으로 이어진 쓰촨 대지진과 같은 중차대한 변수를 맞아 정상회담에 임하는 중국이 ‘국상’을 당하다시피 혼란스럽게 된 것이다.

특히 쓰촨 대지진은 국가의 최고지도자 서거에 버금갈 만큼, 3일간의 애도기간을 따로 정해 놓을 정도다. 실제로, 사회주의를 표방하지만 일상 생활에서는 사회주의 색채를 전혀 느낄 수 없는 지극히 실용적인 중국이, 이번의 대참사를 맞이하며 유흥업소는 물론, 노래방마저 일시적으로 영업을 중지시키고 있다. 사회주의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비칠 만큼 다급하고 긴장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국가적 초위기 상황을 고려할 때, 어쩌면 중국은,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 등을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라는 또 다른 절실한 목적이 없었더라면 외국으로부터의 국빈 맞이를 연기하려 했을지도 모른다.

“슬픔은 함께 하면 반이 되고, 기쁨은 함께 하면 배가 된다”고 했다. “상을 당했을 때만큼은 반드시 함께해야 한다”는 중국의 옛말도 있다. 현재 국상을 당한 듯 슬픔과 혼란 속에서 온통 정신이 없는 중국과 화려한 비즈니스 거래나 실용외교 등을 논할 수 있을 것인가. 그보다는 이번 방중을 우리부터 스스로 중국의 아픔을 진심으로 위로하고 함께하는 ‘조문 외교’로 적극 고려해봄 직하지 않을까 여겨진다.


다행히 현재 한-중 사이에는 긴박한 현안은 없다. 따라서 이번 방중을 통해 실현하려던 목적은 중국이 평상심을 되찾은 다음에 얼마든지 다시 논의할 수 있다. 우리의 진심어린 인도적 모습이 중국 사회 곳곳에 따뜻하게 미칠 수 있도록 하자. 비즈니스도 실용도, 상대의 아픔을 진심으로 함께하는 두터운 신뢰가 더해질 때, 더욱 빛을 발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우수근 상하이 동화대 교수·국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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