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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5.29 20:33 수정 : 2008.05.29 20:33

왜냐면

스웨덴 기업은 국민의 사랑을 받는다. 국민의 80%가 주식이나 펀드를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뿐만 아니다. 사회보장제도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기금을 사용자가 부담하고 있다. 한 사람을 고용하면 기업은 실직 및 병가수당, 노동재해 보험금, 연금 등의 명목으로 노동자 봉급의 32% 정도를 국가에 낸다. 기업은 결국 한 사람을 고용하면서, 1.32의 월급을 주는 셈이다.

이렇듯 스웨덴에선 복지제도 유지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의 일부를 기업이 책임지다 보니, 기업에 대한 국민의 이미지는 매우 긍정적이다. 스웨덴에서 가장 큰 지주회사를 거느리고 있는 발렌베리 가문에 대해, 스웨덴 국민은 1960∼70년대의 복지제도 팽창에 중요한 구실을 했다는 것을 대체로 동의한다. 기업은 학교에 상당한 교육자료를 무료로 제공하며, 환경·기아·빈곤 퇴치 및 지속적 발전 등의 사회적 책임과 몫에 대한 교육자료를 만들어 교사들에게 무료로 주기도 한다. 기업들이 만든 이런 자료를 가지고 학생들이 공부를 하니 기업에 대한 이미지가 좋을 수밖에 없다.

스웨덴 노조도 기업 이상으로 사회적 책임을 수행한다. 노조는 1920년에 이미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교육기관인 ‘노동자평생학교’(ABF)를 만들었다. 이 학교는 초등학교 출신 등 저학력 노동자들의 교육 및 교양 함양 등에 매우 중요한 구실을 했다. 지금은 일반 국민 누구나 이 학교가 제공하는 외국어·목공·정원사·문학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게다가 일하는 노동자의 80% 정도가 노조에 가입하고 있어, 노조의 임금협상 활동은 곧 전체 국민의 가계수입과 직결돼 있다. 따라서 버스운전사 파업, 전철 파업, 간호사 파업 등 국민 생활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전국 총파업에도 국민들은 불편함을 감수하며 노조에 박수를 보낸다.

한국의 경우, 기업과 노조에 대한 국민적 시각은 판이하다. 한국의 간판 기업 회장은 비자금 조성 등 불법행위로 검찰조사를 받고 결국 사퇴까지 했다. 굴지의 자동차회사 회장도 편법 주식증여로 재판을 받아 국민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으며, 한 기업회장은 아들의 싸움에 끼어들어 주먹을 날리는 행위로 사회적 지탄을 받기도 했다. 한국에서 기업은 국민의 생활과 복지에 기여하기는커녕 특정 집단의 이기주의와 부의 대물림 등으로 오히려 국민과 기름과 물처럼 따로 떨어져 있다.

노조도 나을 게 없다. 일부 대기업 노조의 경우, 다른 노동자에 비해 높은 연봉을 받으면서도 두자릿수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주문량이 넘치는 곳에서 일감이 없는 곳에 옮기려 한다는 이유로 잔업을 거부하는 행태를 보인다. 국민들은 툭하면 정치파업이나 하고 폭력을 휘두른다며, 불만을 터뜨린다. 노조가 사회적 약자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적잖다.

전경련이 만든 경제 교과서가 이명박 정부 들어 초판 5만부가 동이 나는 등 인기가 높다고 한다. 하지만 전경련이 진짜 힘쓸 일은 국민교육, 복지기여 등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좀더 적극적으로 떠안는 것이다. 노조 또한 자기 식구만 챙기는 노동운동에서 벗어나 서민과 함께 공생하는 일을 찾아야 한다.

경제발전의 틀과 가족의 역할에서 현격한 차이가 나는 스칸디나비아 국가들과 굳이 비교할 필요는 없겠지만, 기업과 노조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명제에서는 한 치의 차이도 없다. 지속적으로 사랑받는 기업, 국민이 신뢰하는 노조가 되기 위해서는 특정 집단 이익만을 대변하는 기존의 틀을 깨고 나와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사회적 책무를 다해야 한다는 점을 기업과 노조는 깊이 되새겨 봐야 할 것 같다.


최연혁/스웨덴 쇠데르턴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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