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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6.02 19:30 수정 : 2008.06.02 19:30

왜냐면

유가폭등으로 전체 운반비에서
유류값 비중 67%선
한달 매출 1천만원에 경비 빼면
잘해야 몇십만원 남아
정부 유가 대책에서 배제된 건설기계노동자들
살기 위해 길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어

덤프, 레미콘, 굴착기 등을 운전하는 건설기계 노동자들의 삶이 무너지고 있다. 공공요금 고지서 독촉장이 수북이 쌓인지 오래고, 등록금은 내야 하는데 어려운 집안 형편에 말 한마디 못하고 눈치만 보는 아이들, 심지어 끼니 걱정까지 해야만 하는 상황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자료를 보면 1990년 경유의 주유소 가격이 리터당 182원이었다. 당시 수도권 지역의 덤프트럭 운반비가 15톤 기준으로 17∼21만원 선이었다. 현재 경유의 주유소 가격이 2000원 선에 육박하고 있는데, 수도권의 덤프트럭 운반비는 27∼32만원 선을 유지하고 있다.

기름값은 90년 대비 1100% 이상 폭등을 하였는데, 운반비는 그동안 56% 정도 인상되었다. 건설기계를 운전하는 노동자들의 경우 전체 운반비에서 유류가 차지하는 비중이 30%를 넘지 않아야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유가 폭등으로 인해 전체 운반비에서 유류값이 차지하는 비중이 67%에 이르고 있다.

국토해양부의 자료를 보면 덤프트럭 등 건설기계의 평균 가동률은 50% 선에 머물고 있다. 현재 수도권의 25톤 덤프트럭의 경우 하루 운반비가 47∼50만원 정도이다. 평균 20일 작업했다치면, 한달 매출은 1000만원 정도이다. 670만원을 기름값으로 지출을 하고, 차량 할부금(기종에 따라 차이는 있음) 280만∼350만원 정도를 내고 나면, 세금 납부할 돈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다.

유가 폭등에 운행을 포기하는 것이 낫다는 자조 섞인 말도 흘러나온다. 하지만 운행을 정지하더라도 차량할부금, 각종 세금 등 고정비용으로 지출해야 하는 돈이 엄청나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적자폭을 줄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운전대를 잡아야 하는 처참한 현실들이 펼쳐지고 있다.

유가 폭등과 더불어 국제 원자재값, 곡물값 급상승으로 차량 운영유지비와 생활물가는 엄청나게 올랐다. 25톤 트럭의 경우 앞타이어 한 개값이 48만원 정도이다. 총 12개의 타이어가 장착되는데, 일년에 최소 2회 정도는 갈아줘야 한다. 타이어 비용만 해도 1년에 1000만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된다.


전국건설노조의 설문 조사에 의하면 건설기계 노동자들의 37%가 신용불량자이다. 머지않아 건설기계 노동자들 전체가 신용불량자 상태로 전락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현실이 이러할진대 정부는 28일 중앙청사에서 한승수 국무총리 주재로 고유가 대책 관계장관 회의를 열어 유가 상승에 따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과 영세사업자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에너지 바우처 제도 도입과 화물운송업계의 유가보조금 기한 연장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리터당 287원의 유가 보조금을 지급받아도 유류값 폭등으로 더 이상 못 살겠다를 외치는 화물운송 노동자들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 유가보조금 자체도 지원받지 못하고, 유류값 폭등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덤프·레미콘·굴착기 등 건설기계 노동자들의 대책은 무엇이란 말인가?

현장에서 유가 급등으로 인해 최소한의 운반비 인상을 요구하면 철저히 외면하는 건설 자본, 정부의 유가 대책에서조차도 완전히 배제되어 있는 건설기계 노동자들, 이제는 살기 위해 길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다. 처자식 밥 굶지 않고, 학교라도 보내려면 거리로 나서서라도 처절하게 싸울 수밖에 없다. 인내심을 가지고 대화로서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는 소박한 열망은 여지없이 무너져 버렸다.

건설기계 노동자들의 삶이 무너지고 있고, 가족 공동체마저도 파괴되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선택의 여지는 없다.

오희택 전국건설노동조합 교육선전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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