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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6.02 19:32 수정 : 2008.06.02 19:32

왜냐면

미 쇠고기 고시 내용 그대로 수입하거나
재협상 요구 모두 ‘웃음거리’ 피할 수 없어
국민 지키기 위한 ‘웃음거리’가 되면
국민들은 기꺼이 등을 두드려 줄 것

어린 시절, 고추농사를 지으셨던 어머니는 여러 단계의 일손을 거쳐 상품이 된 고추를 시장에 내다 팔곤 했었는데 항상 좋은 고추만을 골라 시장에 가져 가셨다. 남의 입에 들어가는 것인데 안 좋은 걸 팔 수 없고, 또 좋은 걸 팔아야 값을 더 받을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얼마전 신문에 남해에서 참다랑어가 다량으로 잡혔다는 기사가 실렸다. 기사에는 이런 내용도 있었다. 참다랑어는 클수록 고급에 속하는데 대형 참다랑어는 대부분 일본으로 수출한다는.

여기에서 이번 사태의 본질을 찾아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 쇠고기 이야기를 해보자. 이미 누구나 알게 되었듯 미국에서는 17개월 정도의 쇠고기 소비가 대부분이다. 사람이 20살 정도 되면 신체적 성장이 멈춰지듯 소 역시 마찬가지로 일정 기간 사육하면 더 이상 크지 않는데 그 월령이 17개월 정도다. 더는 안 자라는 소를 비싼 사료값 들여가며 키울 바보는 없다. 미국에서 17개월짜리 소를 주로 먹는 이유는 광우병 위험 때문에 그러는게 아니라 바로 그런 경제적인 이유 때문인 것이다. 17개월을 넘겨 키우는 소는 몇차례 새끼를 낳을 암소이거나 교배를 목적으로 하는 소수의 숫소뿐이다.

그렇다면 20개월도 아닌 30개월 넘는 소는 과연 어떤 소인가? 생후 13개월 가량 되면 암소는 새끼를 밸 수가 있고 임신기간은 280일 가량이다. 따라서 일단 한 번 새끼를 낳으면 23개월, 두 번 낳으면 35개월령이 된다. 새끼를 낳고 곧바로 다시 새끼를 갖지는 않을테니 몇 달의 여유를 계산하면 대략 그렇게 될 것이다. 결국 30개월 이상의 육우 쇠고기는 35개월 또는 47개월 이상이 된 암소를 도축한 것이 될 확률이 높다.

젖소의 경우 젖을 짜낼 수 있는 연령이 보통 4년생에서 6년생까지라고 하니까 48개월에서 72개월된 젖소를 도축한 고기가 들어오게 된다고 보면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미국의 마트나 정육점에서는 육우건 젖소건 간에 그런 고기를 결코 볼 수가 없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식용으로는 상품성이 없고, 둘째 광우병특정위험물질(SRM) 같은 위험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고기를 한국에 판다고? 결과적으로 미국인들에게 질이 좋은 17개월짜리 쇠고기를 먹게 하기 위해 미국은 우리에게 질 나쁜 고기를 강요하는 셈이다.

이쯤되면 내 어머니의 고추 이야기와 수출 참다랑어 이야기를 왜 꺼냈는지 짐작이 될 것이다. 좋은 것을 내다판다는 우리의 상식과는 정반대의 경우가 발생한 것이다. 미국사람들이 안 먹는 쇠고기, 게다가 건강에 위험할 수도 있는 쇠고기를 우리가 뽑은 우리의 대통령이 앞장서서 국민들에게 먹으라고 하는 것, 그것이 이번 사태의 본질이요 핵심이다. 싫다고 하니 적게 먹으면 된다고 하고 뭘 몰라서 걱정한다고 국민들을 겁박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분노하는 이유인 것이다. 광우병 위험과 검역주권의 문제는 그 다음이다.

내가 주변 사람들에게 요즘 우리나라 귀머거리 정부의 행태를 이런 이야기로 비유하곤 한다. 집에 아내와 단둘이 살고 있는데 어느날 내가 인절미를 먹다가 나중에 먹으려고 몇 개를 냉장고 속에 넣어 두었다. 그런데 밤에 냉장고를 열어보니 인절미가 없어졌다. 그 사이 집에 나와 아내 말고는 들어온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렇다면 그 인절미는 누가 먹은 것일까? 그런데 아내는 죽어도 자기는 절대 먹지 않았다고 오히려 나를 윽박지른다. 바로 우리 정부의 행태가 인절미를 안 먹었다고 우기는 아내와도 같아 보인다. 아내에게는 입가에 콩가루가 묻어 있지 않았지만, 불행하게도 우리 정부의 입가에는 콩가루마저 묻어 있는 게 보일 정도다. 안 봐도 비디오라는 말은 이럴 때 딱인데 자꾸 아니라고 한다.

누구 입에 들어갈지도 모르는 고추에도 성심을 기울였던 내 어머니의 마음은 굳이 강조하고 싶지도 않다. 당신들의 입에 들어갈 음식이라고 생각했으면 협상을 그리 했겠는가? 그것은 협상도 아니었다. 하자는 대로 다 해준 게 무슨 협상인가. 그러니 당신들이 틀렸다.

결자해지, 묶은 사람이 풀어야 한다. 먼저 입가에 묻은 콩가루를 털어낸 다음에 ‘내가 먹었다’라고 고해성사 하기를 바란다. 장관 고시된 내용 그대로 쇠고기가 들어와도 웃음거리가 될 일이고 ‘나가리’ 시키고 재협상하자고 해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어차피 그 일은 당신들이 자초한 것, 그나마 국민을 지키고 위하는 웃음거리가 되는게 좋지 않겠는가. 그런 웃음거리라면 국민들은 기꺼이 당신들의 등을 두드려 줄 것이다.

김륭 경기 용인시 수지구 죽전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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