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자본력 갖춘 대형 종합병원 좋은 평가방문평가 요식적, 평가 효용성도 의문
서민에게 ‘그림의 떡’ 대형병원 평가 대신
어려운 동네병원 지원 힘써야
보건복지가족부는 2007년 500병상 이상 종합병원 86곳을 대상으로 의료 서비스, 임상질 지표 수준, 환자 만족도 등에 걸쳐 벌인 평가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많은 비용을 들여 조사·발표한 결과를 두고 말들이 많다. 우리나라의 병원 서비스 평가는 1995년 처음 시작할 때부터 그 평가 내용과 방법에서 논란이 제기되었다.
이번 병원 서비스 평가의 문제점을 지적하면, 첫째 평가내용에서 대기업 자본으로 운영되는 대형 종합병원이 좋은 평가를 받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평가내용에서 인력, 시설(구조평가)에서 자본력이 막강한 대기업 병원을 대학병원이나 일반 병원이 따라가기 어렵다. 입원(외래) 환자당 병원 인력, 환자 1인당 병원 면적, 주차공간 확보 등에서 자본력이 부족한 병원들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둘째, 평가 방법의 문제다. 이틀 동안 이루어지는 현장 방문 평가도 문제려니와 평가대상 병원의 입원 환자 50명, 외래 환자 50명에 대한 설문조사를 통한 환자 만족도 조사는 문제가 많다. 사전에 병원이 부탁하고 준비시킨 환자에게 설문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평가기관과 병원, 환자들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셋째, 병원 서비스 평가의 효용성이다. 많은 비용을 들여 조사·발표한 결과가 병원들의 의료 서비스 질 향상과 국민들의 의료 서비스 이용에 편의를 제공하느냐다. 어떤 사업 결과의 비용 대비 편익이 훨씬 미치지 못하면 차라리 하지 않는 것이 낫다. 보건의료노조가 의료기관 평가에 대해 강력히 반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하겠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아플 때 쉽게 찾아가서 편안하게 진료를 받고 입원할 수 있는 병원이 우리 가까이에 많지 않다. 농어촌은 말할 것도 없고, 도시의 달동네나 서민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는 편안히 찾아갈 병원도 없고 쉽게 입원할 입원실도 없어서, 입원만이라도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여기저기 부탁하는 것이 사실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좋은 서비스와 넓은 입원병실을 갖춘 대형 종합병원이 많은 것이 아니라, 아프면 언제든지 가까이 편안하게 찾아갈 수 있는 동네 중소병원이 필요하다. 서울 도심의 최고 수준의 대형종합병원에 입원 한 번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모두 아는 사실이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최고 수준의 대형 종합병원은 농어촌 주민은 물론 도시 서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이지, 정말 자신의 의료 서비스 이용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복지부는 그 효용성이 의문되는 병원 서비스 평가에 많은 예산을 들일 것이 아니라, 어려운 농어촌과 도심의 동네 중소병원을 지원하는 데 써야 할 것이다. 지금은 평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적은 예산일지라도 어려운 병원들의 운영 개선을 위해 지원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윤치근 원광대 복지보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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