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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6.09 20:32 수정 : 2008.06.09 20:32

왜냐면

조중동조차 대통령 편들기 눈치
한나라 의원도 거리 유지 고심
참모들은 기름 부으며 사태 악화
잘못을 진심으로 깨달아야 진정

궂은 날씨에도 촛불은 꺼지지 않았다. 잇따른 정부의 양보가 발표됐지만 촛불은 줄어들지 않는다. 오히려 최대 인파를 경신하면서 정부 정책 전반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이미 서울 도심은 전 국민의 촛불모임 장소로 개방되었고 경찰은 기가 죽은 채 촛불집회를 지켜볼 뿐이다.

경찰이 촛불시위를 진압하지 못하는 이유는 참가자들이 전혀 경찰을 무서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 독재시대의 반정부 집회나 운동권이 주도하는 결사항쟁이 아니라 지금의 촛불은 흥겨운 축제 한마당이 되고 있다. 경찰을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 경찰과의 대치를 즐기는 이들에게 경찰력에 의한 시위 진압은 이미 불가능하다. 연행되어도 닭장차 투어를 즐기고 젊은 경찰에게 김밥을 넘겨주며 버스 위에 올라간 전경에게 “노래해!”를 외치는 이들에게 이미 공권력은 공포를 일으키지 못한다.

그러나 촛불은 단순히 축제의 성격만을 갖는 것이 아니다. 자유롭고 즐거운 참여 마당이면서 동시에 철저한 ‘반정부’ 집회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는 지금의 촛불을 촉발시킨 시작이었고 이제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전면적인 반대와 퇴진 요구로 옮겨지고 있다. 한반도 대운하를 비롯해 교육과 의료, 경제와 노동 등 현정부 정책을 비판하며 정권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매우 정치적인 요구와 주장이 매우 부드럽고 재미있게 펼쳐지는 ‘반정부 축제’가 되고 있다.

촛불이 쉽게 꺼지지 않는 또하나의 이유는 이명박 반대의 흐름이 이미 국민적 대세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선에서 압도적 표차로 당선되었지만 낮은 투표율을 고려하면 사실 이명박 후보를 찍지 않은 유권자가 지지자보다 월등히 많았다. 여기에 더해 이명박 후보를 찍은 소극적 지지자들마저 취임 석 달 만에 대거 반이명박으로 돌아서고 있다. 이명박 후보에 대한 지지는 적극적 충성이 아닌 반노무현과 정권교체 정서에 따른 대안부재의 선택이었을 뿐이다. 따라서 ‘강부자’, ‘고소영’의 오만과 쇠고기 협상의 무능이 국민들로 하여금 이명박 정부 반대로 돌아서게 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은 것이다.

너무 빨리 국민들에게 외면당한 이명박 정부를 이제는 언론도 지켜주지 못하고 있다. 매일 시청앞 광장의 촛불을 지켜보며 숨죽이고 있는 조·중·동은 변화된 민심에 놀라면서 대통령 편들기를 자제해야 할 판이다. 한나라당 의원들도 다음 선거를 생각하면서 대통령과의 거리 유지를 고심하는 눈치다. 이른바 측근들은 네탓 공방 속에 한심한 권력다툼에 몰두하고 있다. 청와대 참모는 자기 몸을 날려 대통령을 막기는커녕 촛불민심을 ‘사탄’으로 매도하며 사태만 악화시키고 있다. 대통령에게 공적 1호로 찍힌 공무원들은 당연히 복지부동이다. 선거 때 후보를 도왔던 이른바 공신들은 10년 동안 별러왔던 공신록 차지에만 열중할 뿐이다. 당연히 촛불이 꺼질 리 없다.

촛불이 꺼지지 않는 가장 저변의 이유는 사실 경제적 토대다. 자수성가의 최고경영자(CEO) 출신이 경제를 살릴 것이라며 국민들은 표를 던졌고, 따라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경제 살리기는 자신의 존재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국민에게 실제로 돌아온 것은 고물가와 저성장의 유례없는 경제위기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취한 정책은 고작 환율을 올려 대기업의 수출을 늘린다는 과거의 안이한 접근이었다. 유가 급등과 원자재 상승은 오히려 고환율로 물가인상으로 이어졌고 서민 생활은 하루가 다르게 힘들어졌다. 물가는 치솟고 일자리는 불안하기만 하다. 경제로 대통령이 된 정부에서 경제가 갈수록 힘들어지는 것이야말로 지금 촛불의 받침대 구실을 하고 있는 것이다.


쉬 꺼지지 않는 촛불은 정부 대응이 일시적이거나 미봉책이어서는 안 됨을 주문한다. 각료의 일부 교체로 잠재울 수 없는 근본적 문제임을 뜻한다. 아직도 대통령이 잘못을 진심으로 깨닫지 못한다면 방법은 없다. 땜질 처방만으론 결코 지금의 촛불이 꺼지지 않기 때문이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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