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가진자 중심 정책·남북 대결정책·방송 장악 기도…해도 너무 한다는 ‘민심의 반란’ 촛불행진은
4·19, 5·18, 6·10항쟁 맥 잇는 가장 거대한 국민적 저항 연일 계속되는 촛불집회를 바라보며 청와대와 집권세력들 중 쇠고기 협상의 주무 부처나 홍보 담당자들에게 원망과 아쉬움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많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혹시라도 촛불집회가 일어난 배경과 원인을 이런 국지적 차원에서 접근한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왜냐면 촛불집회의 배경과 원인은 훨씬 크고 깊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보수 세력과 보수 언론들은 오래전부터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한-미 동맹을 파괴했다고 비판했다. 그들 중 일부는 자국의 대통령을 저주하고 대신 미국 대통령 부시를 예찬하면서 자신들이 미국의 친구임을 과시하려 했다. 그들은 집권하자마자 대북 강경정책을 펼치고 한-미 동맹 강화에 열을 올렸다. 그들은 안보문제만이 아니라 경제 회복의 구세주도 미국에서 찾으려 했다. 그들에게 국민의 건강권이나 축산농의 생존권은 부차적인 관심거리에 불과했다. 당연히 쇠고기 협상은 다시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이제는 그것 하나만으로 성난 국민들을 충분히 달랠 수 없을 것이다. 광우병 파동은 국민들을 실망시킨 직접적 원인 중 하나였을 뿐, 다수의 국민들은 쇠고기 협상 결과가 알려지기 전부터 이미 이명박 정부에 실망을 느껴가고 있었다. 결점 투성이의 인물들로 구성된 내각과 청와대, 대재벌과 가진 자 중심의 경제정책, ‘선무당 사람 잡기’식의 서투른 교육정책, 남북 대결정책과 냉전주의적 사고, 한반도 대운하의 추진, 공영방송들을 정권의 홍보도구로 삼고자 몸부림치는 모습 등을 보면서 국민들은 이미 불안감과 더불어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비판과 실망감을 토해내고 있었다. 즉 국민의 실망과 분노라는 기름은 이미 뿌려져 있었고, 거기에 불을 지핀 것이 광우병 파동이었을 뿐이다. 기름값 폭등 등 나빠진 경제 환경도 한몫을 하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 촛불집회는 이명박 정부의 오만과 실정에 대한 총체적·필연적 결과로 보아야 한다. 당연히 해결책은 잘못된 정책 전반에 대한 수정과 뼈저린 반성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대통령과 주변 인사들의 말과 행동을 종합해 볼 때 아직도 촛불집회의 의미와 국민 여론을 제대로 깨달은 것 같지 않다. 쇠고기 협상의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미국에 대한 굴종적 자세를 계속 유지한다면, 대북 화해를 이야기하면서 극우 인사를 통일교육원장으로 임명하려 한다면, 대운하 문제에 대해 계속 꼼수를 두려 한다면, 임기가 보장된 공기업 사장을 무리하게 자기 사람으로 갈아치우는 행위를 계속한다면 그들은 진정으로 촛불집회로부터 교훈을 얻었다고 볼 수 없다. 2008년의 촛불 행진은 4·19 혁명과 5·18 광주민주화운동, 6월 항쟁과 함께 해방 후 발생한 가장 거대한 국민적 저항 행위에 해당한다. 이런 큰 사건이 어찌 장관과 청와대 참모들 몇 명을 바꾸는 행위만으로 잠재워질 수 있겠는가. 4·19는 이승만 독재정권의 퇴진을, 5·18은 한국 민주화운동의 정신적 원동력으로, 그리고 6월 항쟁은 직선제 개헌과 전두환식 독재정치의 종식을 가져오면서 각각 대한민국을 한 단계씩 업그레이드시키는 몫을 했다. 이명박 정부의 실정과 오만이 촛불집회를 만들어 냈다면, 다음의 국민적 관심은 이 거대한 촛불집회가 어떤 방식으로 한국 사회에 기여할 것인가이다. 이명박 정부는 하루라도 빨리 제2의 6·29 선언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최영태 전남대 교수·역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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