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8.06.12 19:12 수정 : 2008.06.12 19:12

왜냐면

재작년엔 사학법 개정 반대 삭발
작년엔 기독교도 대통령 뽑자 설교
올해는 촛불집회 빨갱이 사주론
신도들의 영혼까지 팔아먹는
일부 부패 교회에 과연 종교적 양심이 있는가

재작년 연말의 일이다. 교회에 나간 나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다니는 교회의 목사님이 삭발을 한 것이었다. 하지만 평소 나는 ‘사학법 개정’에 대해 찬성을 하는 입장이라,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나에게 큰 실망이 아닐 수 없었다. ‘은혜로워야 할 성탄절을 불과 얼마 남겨놓지 않고 삭발을 하다니?’ 과거 독재정권 시절에서도 그 수많은 불의에 침묵하던 그들이 왜 지금 사학법 개정 반대에 이렇게 목숨을 거는 것일까?

삭발 이유는 간단했다. 학교가 외부 감사 선임으로 종교적 자유를 침해받는다는 것이었다. 듣고 보면 일리 있는 설명이다. 하지만, 그 어떠한 절충안도 수용할 수 없다고 완강히 버티는 이유는 또 무엇일까? 또, 한나라당은 왜 그리도 사학법에 목숨을 거는 것일까?

시간은 다시 흘러 작년 11월께의 일이다. 갑자기 그 목사님이 다시 지난 사학법을 거론하며 이른바 386세대에 이념 색칠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더더욱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2007년에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것인가?’ 당시 설교의 요지는 간단했다. 기독교 정신에 부합하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대통령 후보이자 소망교회 장로였던 현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임은 쉽게 알 수 있었다.

시간은 또다시 흘러 2008년 6월 일부 대형교회 목사들이 촛불집회에 대해 노골적으로 ‘사탄’과 ‘친북 빨갱이 사주론’을 들고 나왔다. 사악한 세력으로부터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내용이다. 다분히 노골적인 정치성 발언이다. 요즘은 여론을 의식한 탓인지 우회적으로 설교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동정녀 마리아가 예수님을 잉태한 후 낙태하지 않은 것은 ‘생명존중 사상’을 가졌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요새는 ‘생명경시 풍조’가 만연해 그렇지 않으며, 그 원인이 방송과 인터넷에 있다는 내용이다. 그렇게 해서라도 ‘쇠고기’ 여론을 이끌어가는 인터넷과 방송사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만들고 싶은가 보다.

30년을 넘게 교회에 나가고 있지만 요새처럼 교회가 사람들에게서 지탄받는 것을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사실 기독교인으로서 일부 대형교회의 문제가 남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고, 그것은 나의 마음 한구석에서 항상 부담감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며 내 생각은 분명해졌다. 이 기회를 빌려 촛불집회에 나오는 소망교회의 용기 있는 청년들에게 머리 숙여 감사한다. 나는 그것이 교회 안에서 그들에게 얼마나 큰 아픔을 줄 것인지 잘 알고 있기에 ….

일부 대형교회의 문제이기는 하겠지만, 그들은 이미 목회자이기를 스스로 포기한 것처럼 생각된다. 교회를 매매한다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듣고 있던 이야기다. 그들은 왜 ‘주의 종’임을 자처하며 공교회를 사사로이 사고파는 것인가? 그저 장사치나 하려고 목사가 된 것인가? 또 그래서 교회와 교회가 운영하는 학교재단의 돈에 눈이 멀고 이를 둘러싼 비리가 밝혀지는 것이 두려운 것인가? 그리고 그것을 막으려고 ‘종교 탄압’ 운운하는 것인가?

그래서 나는 그들의 행태를 ‘정교유착’이라고 부르고 싶다. 이것은 신도들의 영혼까지 팔아먹는 행위이므로 ‘정경유착’보다 훨씬 더 나쁜 짓이다. 최소한의 종교적 양심이 남아 있다면, 차라리 자기 자신을 신이라고 주장하여라. 그것이 많은 신도들의 영혼을 구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안이다. 나는 이 시련이 곧 끝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마지막으로 당신들에게 한마디 물어보고 싶다. ‘하나님은 정말 존재하나요?’라고.

이준규 경기 광명시 철산동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