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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6.23 19:49 수정 : 2008.06.23 19:49

왜냐면

0교시·우열반으로 대표되는
학교자율화 조처
학생을 대상으로만 인식한다
이제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최근 정부에서 대대적인 학교 자율화 결정을 내렸다. 요지는 학교 재량으로 그동안 금지되어 있던 0교시 수업, 보충수업, 우열반 편성 등을 할 수 있게 해준 것이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예상되었던 일이지만, 발표 후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학교의 자율성을 높여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이러한 조처를 취했다고 밝혔다. 이에 반발해 전교조 등의 단체는 즉각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고, 각종 언론에서도 이 문제를 크게 다루고 있다.

그런데 필자는 이 사건과 관련한 정부의 태도와 언론의 보도 등을 보면서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다. 학생들의 생각은 어디에서도 전혀 다뤄지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 시민단체 등의 주장과 논리만 있을 뿐, 정작 당사자인 학생들의 목소리는 빠져 있는 것이다. 기껏해야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잠이 부족하고, 우열반 하면 자존심이 상할 것 같아요”와 같은 학생들의 인터뷰 몇 줄이 전부다. 학생들은 과연 이 조처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자신들의 학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등에 대한 이야기는 실종되어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바뀌는 혼란스러운 교육 정책. 그간 우리나라에서 교육 문제를 다룰 때 학생들은 주체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대상으로서만 인식되어 왔다. 기성세대는 저마다 학생들을 자신의 방법대로 끌고 나가려고 할 뿐, 학생들의 생각은 어떠한지 귀를 기울이려 하지 않는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학생을 아직 미성숙한 존재, 판단력이 부족한 존재로 단정 짓는 것이다.

그러나 학교 자율화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사람은 학부모도 교사도 아닌 바로 학생이다. 비단 이 학교 자율화뿐만이 아니라 여타 모든 교육 정책의 경우 또한 마찬가지다. 교육 정책의 당사자는 분명 학생이고, 그들이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그러므로 마땅히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논의 과정에서 학생들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학생들은 판단력이 부족하지도, 사리분별이 없지도 않다. 다만 기성세대가 그들의 주장을 펼칠 장을 마련해주지 않았을 따름이다. 그에 따라 학생들 스스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익숙하지 않을 따름인 것이다. 10대의 의견이 조금 투박하고, 다듬어지지 않을 수 있으나, 이것이 그들의 의견이 ‘논외’가 되는 것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할 수 는 없다. 이것은 우리의 10대들이 민주시민으로서 합리적인 주장을 펼치기 위해서 거쳐야 할 과정이다. 따라서 기성세대는 학생들이 이러한 과정을 잘 거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할 의무가 있고 그들의 생각이 올바른 표현에 의해 표출되도록 지지해 주어야 한다.

이제, 0교시 수업, 우열반 수업을 어차피 받지도 않을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만 듣고, 이 수업을 들어야 할 학생들의 이야기가 듣고 싶다.


김솝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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