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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6.23 19:54 수정 : 2008.06.23 19:54

왜냐면

정부 반대여론 과도한 의식
개혁효과 적은 내용만 담겨있다
의료산업 질적 성장과 퇴보의 갈림길
막연한 우려보다 열린 논의를

‘의료 민영화’가 제2의 광우병이라는 느닷없는 소리를 듣고 한동안 말문이 막혔다. ‘의료 민영화’가 도대체 무슨 뜻일까? 내용을 보니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의료 산업화’, ‘의료 영리화’ 등의 이름으로 낙인이 찍힌 ‘의료 선진화’ 정책을 지칭하는 주홍글씨의 새 버전이다. ‘의료 민영화’로 바꿈으로써 이명박 정부가 새로 창안한 고유 정책인 것처럼 보이게 하여 부정적 뉘앙스를 덧칠하는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이름부터가 실질과 맞지 않아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과연, 소통부재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할밖에 없다.

‘의료 선진화’ 정책은 의료서비스 산업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춰 고생산성·고임금 일자리를 제공하는 동시에 주어진 자원으로 더 많은 부가가치를 남기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지난 정부 시절부터 논의돼 온 해묵은 과제다. 선진국 문턱을 넘으려면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을 배양하는 일이 필수 과제다. 의료서비스 산업은 서비스 산업 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클 뿐만 아니라 국민 생활의 질을 좌우하는 중대한 산업임에도 다른 분야에 비해 낙후돼 있다는 인식이 그 추진동력이었다. 더구나 국민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더욱 효율적으로 제공할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서도 시대소명적인 과제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정부의 의료 선진화 정책은 지금까지 논의만 무성했을 뿐 제대로 실행에 옮겨진 적이 없다. 각각의 주장은 다르지만 관련 일부 이해관계 단체와 시민사회단체의 극심한 우려와 반대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지난 정부가 일부 우려섞인 주장에 맞서 적극적으로 국민의 이해를 구하고 정책을 실행에 옮기려는 의지가 부족했다는 데 있다.

새 정부 들어서도 상황은 크게 나아진 게 없는 것 같다. 최근 내놓은 의료법 개정안에는 그동안 논의돼 왔던 선진화 정책안 중에서도 논란의 여지가 적은, 따라서 개혁의 효과도 클 것 같지 않은 내용만 담겨 있다. 정부가 지레짐작으로 반대 여론을 과도하게 의식한 결과다.

그런데도 이렇게 제한적인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근거 없이 ‘의료 민영화’의 낙인을 찍고 곡해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외국인에 한해서 유치행위를 허용해, 외국 환자를 적극 유치함으로써 의료기관의 부가가치 수준을 높이자는 취지의 개정안에 대해서 “의료서비스를 통하여 ‘돈벌이’를 하면 안 된다”고 막무가내 반대한다. 의료법인 사이 합병절차를 마련하여 경쟁력이 취약한 의료법인의 퇴출구조를 마련하자는 안에 대해서도 “대자본을 앞세운 몇몇 영리병원의 덩치를 키우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반대하는데, 비영리법인의 합병으로 탄생하는 것은 같은 성격의 비영리법인이라는 사실을 모르거나 외면한 주장일 뿐이다.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민영화한다는 것인가?

지금 우리 의료서비스 산업은 질적 성장과 퇴보의 갈림길에 서 있다. 반론이 있으면 치열하게 토론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도출하여 의료 선진화의 초석을 놓아야 할 때다. 합리적인 토론이 실종되고 일방적인 주장만이 난무하는 상황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의료 선진화 정책 전체에 대한 막연한 우려에서 벗어나 개별 정책의 효과를 따지고 평가하는 열린 논의, 그리고 정책을 실행에 옮기려는 의지가 절실하다.

이기효 인제대 보건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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