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이기효 인제대 보건대학원장의 견해에 대한 반론 사회복지 개념보다는 민간보험에 넘겨정부 부담을 줄이려다 보니
병원을 수익사업화하고 고부가가치 운운
의료 선진화는 더 저렴하고 더 편리하게
보다 많은 국민에게 서비스하는 것이다 최근 텔레비전을 보면 눈에 띄는 광고가 있다. 하나는 한 달 동안 무이자 어쩌고 하는 대출 광고이고, 또 하나는 무슨 질병·암 어쩌고 하는 민간 의료보험 광고다. 이는 돈이 필요한 사람은 많지만 돈은 없고, 의료혜택을 받으려는 사람은 많지만 건강보험제도가 제대로 못해 주고 있다는 얘기다. 이 사회는 현재 빈부격차가 심하고 의료문제가 심각하게 다가오고 있음을 보여주는 광고다. 의료 민영화가 촛불집회와 함께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어떤 이는 의료 민영화는 제2의 광우병이라는 과민반응을 보이고, 또다른 이는 민영화를 해도 영리병원이나 의료관광 활성화에는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기효 교수는 의료 민영화는 시대적 소명이나 몇몇 이해단체와 시민단체가 비합리적으로 의료 선진화를 방해하고 있다고 말한다. 또 의료의 선진화는 생산성과 부가가치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료의 선진화란 과연 그럴까? 어느 선진국에서 하는 모델인가? 그는 의료 선진화와 궁극적 목표를 한참 오해하고 있는 것 같다. 의료의 궁극적 목표는 질병을 치료하고 예방해 인류가 건강하고 행복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하는 데 있으며, 그의 말마따나 양질의 의료를 효율적이고도(?) 저렴하고 편리하게 서비스하는 것에 있지, 기업처럼 최대 이윤을 남기고 고부가 가치를 내는 데 있지 않다. 의료 민영화와 영리화를 추구했던 미국은 <식코>라는 영화를 보지 않더라도 의료 후진국이란 사실이 다 알려져 있다. 미국은 의사와 병원 자본가들만이 경쟁력을 갖추고 많은 돈을 벌고 있다. 그렇기에 민영화를 배제하고 의료 공공성을 강화한 핀란드 캐나다처럼 정부에서 많이 투자한 나라가 의료 선진국이라 생각된다. 이번 의료 민영화의 뼈대는 △의사뿐만이 아니라 자본가도 마음대로 병원을 개업할 수 있고 △수익사업 등으로 병원에서 마음대로 돈을 벌 수 있고 △외국인에 한해서 환자 유인 알선이 가능하고 △일반기업처럼 주식상장과 인수합병이 가능하고 △민간 의료보험을 활성화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의료 민영화의 숨겨진 시도는, 의료를 사회복지란 개념보다는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이라는 허울 아래, 건강보험의 만성 재정적자를 줄이려는 데 있다. 의료의 영리화로 몇몇 잘나가는 의사들과 대형 자본의 병원들에 떡고물을 주어 의료계를 잠재우고, 건강보험의 필수 의료수가 개편 등으로 상당 부분을 민간보험에 이양하여 정부의 건강보험 부담을 혁신적으로 줄이려는 데 있다. 이 재정적자의 출발은 이미 실패로 판정된 의약분업으로부터 시작됐다. 의료비 절감과 국민건강 증진 등의 허위선전으로 시작된 의약분업이 실제로는 더욱 불편해지고 보험급여가 제한되었으며, 전체의 30∼40%에 이르는 약제비 신설로 막대한 재정 적자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번 의료정책의 시행으로 의료 부가가치가 증가하고 국민이 양질의 서비스를 효율적이고 편리하게 받게 될 것이라는 증거는 거의 찾아보기가 어렵다. 이보다는 오히려 필수의료 수가 개편 등으로 건강보험 서비스의 제한과 민간보험 서비스 이양, 그리고 영리병원에 따르는 국민의 의료비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이 뻔하다. 또 의사들도 이득이 되기는커녕 더욱 힘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미국의 10분의 1이나 20분의 1에 불과한 저렴한 의료수가나마 정부의 재정적자 보충으로 그나마 지금까지 지켜온 국민건강을, 영업이익을 목표로 하는 민간보험에서 보장해 줄 수도 없을 것이며, 그 결과 의료는 더욱 방어적이고 수동적으로 되어 제대로 의료서비스를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의료 선진화는 부가가치를 높이고 민영화하는 것이 아니다. 대형 병원과 비보험 급여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일부 신경외과·성형외과·안과·피부과 등에 영업적 제한 철폐와 날개를 달아주는 것도 아니다. 정말 필요하고 생명 유지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주된 과목인 산부인과·소아과·외과·흉곽외과 등의 수가를 현실화하여 침체된 의료계를 살리고, 더 저렴하고 편리하게 국민들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양돈규 소아과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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