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경제가 자율을 바탕으로 한 효율 추구라면정치는 효율의 그늘을 밝히는 것
사기업이나 민간연구소의 효율성을
공기업이나 국가연구소에 적용하려 들면
사각지대를 메울 정치가 없다
이명박 정권의 원초적 오류가 여기에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모든 정사를 정치로만 풀려다가 경제를 어렵게 했고 이명박 대통령은 모든 정사를 경제로만 풀려다 어려움을 자초하고 있다. 그러면 여기서 말하는 정치는 무엇이며 경제는 무엇인가? 정치의 ‘政’자는 ‘바를 정’ 또는 ‘뿌리 정’이라고 한다.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정치는 뿌리를 튼튼히 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 경제는 무엇인가? 그것은 튼튼한 뿌리 위에 과실을 제대로 수확하는 것이다. 그래서 경제가 자율을 바탕으로 하는 효율을 추구하는 것이라면 정치는 어둠을 밝히는 균형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경제로 정치를 어렵게 만드는 사례를 보면 자유무역협정(FTA)을 서두른다고 쇠고기 협상을 졸속 처리하는 허점을 보인 것이 그 대표적 사례이다. 연간 150억달러 이상의 수출 효과가 있는 자유무역협정을 추구하는 것은 경제이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를 위해서 쇠고기 수입을 졸속으로 처리한 것은 검역 주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국민의 자존심을 완전히 해치는 결과를 빚었다. 검역 주권이라고 하는 국가가 최소한 지켜야 하는 기본을 지키는 정치를 소홀히 한 결과이다. 국영기업을 민영화해야 한다고 한다. 그것도 경제만 알고 정치를 모르는 처사이다. 자본주의 경제를 지탱하는 두 개의 축이 있다. 자율을 기본으로 하는 사기업의 효율 경영을 촉구하는 경제와, 그때 생기는 어둠을 공기업이라고 하는 매체로 메우는 균형의 정치가 조화를 이룰 때 자본주의는 꽃을 피우는 것이다. 사기업 정책은 전봇대를 뽑아내는 것과 같이 규제를 철폐해 효율을 극대화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효율 뒤에는 그늘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것을 정치가 메워 주어야 한다. 예컨대 현대건설에게는 최대한의 자율을 주어야 한다. 소형아파트를 얼마나 지어야 할지 중소도시에 얼마의 비율로 아파트를 지어야 할지에 대한 규제가 없어야 최대의 이윤을 추구할 수 있는 경제가 실현된다. 그런데 모든 건설업체가 다 사기업이 되면 돈이 되지 않는 중소형 아파트나 시골에는 아파트 공급이 없는 그늘이 생길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이러한 그늘을 메우는 수단으로 주택공사가 존재하는 것이며 이것이 정치라고 하는 것이다. 이때 주택공사의 평가는 얼마의 순익을 얻었느냐가 경영의 효율성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고 얼마나 홍익성을 발휘해서 어둠을 밝혔느냐로 평가해야 한다. 주택공사를 일반 사기업과 같이 평가해 효율이 떨어진다고 지적하는 것이 현 정권의 원초적 오류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주택공사를 없애는 방향이 아니라 공익성이라고 하는 정치적인 요건에 부합되도록 해야 한다. 국가 연구 기관의 통합 문제만도 그렇다. 이것도 경제만을 알고 정치를 모르는 증거다. 삼성전자의 연구소 같은 곳은 가능하면 모든 규제를 풀어서 연구의 효율성을 추구하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그럴 경우 문제는 삼성전자 연구소는 돈이 되는 연구만 하고 국가가 필요로 하는 기본 연구는 소홀하게 된다. 기업이 기피하는 연구를 위해 국가연구소는 필요하다. 그러므로 국가연구소는 돈의 효율성이 아니라 그 공익성에 맞춰 연구 개발의 테마가 구성되어야 하고 그것에 의해서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국가기관에게 연구의 효율성만을 요구하니까 국가 기관이 삼성전자나 해야 할 수익성 연구에 매달리고 본연의 어둠을 밝혀야 하는 기초 연구나 중소기업을 위한 연구가 소홀히 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이명박 대통령이 모르는 현 정권의 원초적 오류이다. 윤덕균/한양대 공학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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