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상담·보건 등 학생 삶의 질 높이는 교육복지사업올해 100곳 신규공모 계획 차일피일
원어민 영어강사 모셔오고
학원비 소득공제가 당신들의 교육투자인가 1992년 대통령교육정책 자문회의는 모든 국민의 교육권을 보장하고 특히 교육 소외계층의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하여 교육복지 제도를 건의했다. 교육복지 제도의 방안은 학생의 복지 향상을 위한 아동복지법·특수교육법 등의 관련법을 통합한 교육복지법의 제정과 학교사회사업 요원을 배치해 보건·복지·상담 활동 등을 강화하도록 한 것이다. 그로부터 5년 뒤 교육부는 전국 4개교에서 학교사회복지 시범사업을 실시했지만, 초기의 전국 확대 실시와 달리 후속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 교육복지는 2003년 다시 사회의 양극화 해소에 대한 갈망 속에서 주요한 정책과업으로 제시됐다. 처음 서울과 부산의 대도시 빈곤 지역을 중심으로 8개 지역, 45개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실시된 사업은 ‘교육복지투자 우선지역 지원사업’의 이름으로 학부모와 지역사회에서 높은 지지를 받으며, 2005년에는 15개 지역 82개 학교로 확대됐고, 2008년 현재는 60개 지역 322개 초·중·고교에서 실시되고 있다. 그러나 새 정부 들어서 영어 몰입교육과 0교시, 야간 자율학습, 보충수업, 전국 일제고사의 부활과 강조 속에서 교육복지 사업의 연초 100개 지역 확대 계획에 따른 신규 지역 공모는 차일피일 미루어졌다. 급기야 지난주 교육과학기술부는 사업계획 지침을 통해 올해 예정된 신규 지역 선정은 전면 폐지하고 사업의 기본 방향을 ‘학업성취도 전수평가 및 학교정보 공시제’ 도입에 따른 학업성취 향상을 지원하는 것으로 정하고 사업 명칭을 복지가 빠진 ‘교육투자 우선지역 지원사업’으로 확정하였다. 나는 20여년을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동안, 수많은 교육정책이 본질을 왜곡하고 변질되는 것을 지켜봐 왔다. 창문만 없애면 ‘열린 교육’이라고 생각하고 새벽 4시 반에 등교해서 밤 12시까지 교실에 붙잡아 두기만 하면 교육이 이루어져 ‘공부 시키는’ 좋은 학교라는 인식을 가진 학부모와 교장들이 무수히 많음을 체감했다. 반강제로 형식뿐인 보충수업 희망원에 학부모 사인을 위조하라고 윽박지르는 교무실의 익숙한 풍경과, 고3·중3을 맡은 담임교사에게 생선회와 갈비를 주며 학생 머릿수 그대로를 돈으로 계산하는 지방대학 교수들과 부교재·학습지 관계자, 출판사와 서점을 보아 왔다. 성경 말씀을 인용하며 기독교 정신을 앞세우는 무수한 사립학교 교장과 이사장이 누구보다도 먼저 교사를 노동자로 인식하고 매일 기도와 예배로 학교 교회 출석을 통해 그야말로 교육을 통한 선교에 매진하는 것을 봐 왔다. 인문계 사립 고등학교에서 시간강사와 기간제 교사로 전체 교사의 상당수를 채용하고 학교 시간표를 이중으로 작성하여 국·영·수만 가르치는 것을 봐 왔다. 이것이 우리의 아이들에게 창의력과 잠재능력을 계발하고 민주 시민의 자질을 함양시키는 교육이며 홍익인간의 이념을 실천하는 교육인가? 교육복지 사업은 지나치게 많은 돈을 그저 지출하고 마는 사업으로 오해하는 일선의 학교들은 오히려 새 정부의 ‘교육투자사업’ 방향성에 쌍수를 들어 환영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제껏 그런 학교들일수록 진정으로 학교의 본질적 목적의 달성, 학생의 삶의 질 향상의 ‘복지’를 고민해본 적이 없으며, 학생은 인간이기 이전에 투자가치 여부에 따른 사업 대상자였기 때문이다. 이제 새로운 지침 속에서 교육복지실이 학교 안에서 학생들의 쉼터가 되기보다는 학교운영협의회실이 되어야 하고, 학생들이 교육복지실에서 웃는 소리들이 실내 정숙과 면학 분위기에 역행했다고 외쳐 왔던 교육계와 학교장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교육투자 사업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너무나 많으니까. 이미 그동안 교사 자격도 없지만 말만 할 줄 알면 대한민국은 항공권과 숙박을 무료로 제공하면서 원어민을 모셔 왔다. 학생 수가 줄어들면 선진국 수준으로 15명 안팎의 학생들을 모든 교사가 일대일로 개인지도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교사 수를 늘리고 학교교육이 정상화되어 사교육이 필요 없게 만드는 노력보다는 돈 주고 학원 가서 배우라며 바우처를 도입하고, 학교에서 학원 장사 하라고 강사 데려오고, 이제 그 사교육비를 소득공제해 주겠다고 생색을 낸다. 이게 당신들이 말하는 교육투자인가? 진혜경 전남 목포시 상동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