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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7.17 19:13 수정 : 2008.07.17 19:13

왜냐면

“50㎝ 안에 정차 법 규정 지켜라”
위반행위 신고 포상금 조례 통과
운전기사들 과태료 피하려 ‘준수’
타려는 승객과 보행인 안전에 오히려 위험

서울시에서 버스를 이용하는 승객이라면 최근 버스들이 평소보다 지나치게 정류장 인도에 붙어 정차한다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바로 지난달 30일 서울시에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행위 신고 포상금 조례가 통과된 뒤 각 버스회사들이 기존 법 규칙을 지키려 하면서 생겨난 일이다. 특히 버스 운행에 관련한 내용은 버스가 정차할 때 정류장 경계석으로부터 50㎝ 안에 반드시 들어와야 한다는 것인데, 본래 이를 어길 때는 과태료 혹은 과징금을 물어야 하지만 지금까지는 지키지 않아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서울시의 이번 조례 제정으로 위반행위 신고 포상금을 받을 수 있게 되자 전문적으로 이를 신고하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버스회사들은 이로 말미암은 지출을 막으려 부랴부랴 기사들을 교육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바람직하기보다는 오히려 승객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결과를 낳는다. 비록 기존부터 존재하던 법이라고 해도 정류장 경계석으로부터 50㎝ 안에 버스를 정차한다는 행위 자체가 매우 위험한 행위다. 본래 법의 목적은 버스와 정류장 사이에 오토바이와 같은 이륜차가 지나가면서 하차하는 승객과 충돌하는 경우를 막고자 하는 것이지만 실제 버스정류장 풍속도를 고려하면 오히려 승객의 안전을 위협하는 조항이 되어 버린다. 도심지의 붐비는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승객들은 버스가 나타나면 일단 하나같이 차도로 내려와 버스를 맞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법을 지키려면 정류장 경계석 밖으로 내려와 있는 승객들을 밀어내면서 버스를 세우라는 말인가? 또한 승객들이 경계석 밖으로 나오지 않는 경우를 가정해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차체 맨 앞부분과 앞바퀴와의 거리가 매우 길고 옆거울(사이드미러)이 더듬이처럼 쭉 뻗어 있는 버스의 구조적 특성상 법을 준수하게 되면 인도 위에 있는 승객들의 머리를 버스의 사이드미러가 가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실제로 어제 필자가 집에 가는 동안 타고 있던 버스가 승객 머리와 부딪치는 경우를 두 번이나 목격했으며, 그 중 한 번은 승객과 기사 사이에 싸움이 크게 벌어져서 한동안 버스가 출발하지 못했다.

싸움 뒤에 버스 기사분과 대화를 해 보니 기사분께서는 지금 이런 상황에 불만이 많이 쌓여 있었다. 사람이 붐비는 버스정류장 곳곳에 포상을 노린 신고자들이 숨어 있어 승객들이 달려 나오거나 정류장에 승객이 빽빽하게 서 있는 상황이 발생할 때, 버스를 정차하는 그 짧은 순간에도 과태료를 피하고자 버스를 최대한 붙여서 대야 하는지, 승객들의 안전을 생각해 버스를 좀 떨어뜨려 대야 할지 매번 고민하게 된다고 했다.

서울시는 의도는 비록 시민의 안전을 도모하고 쾌적한 버스 이용 환경을 조성하기 위함이었다 하더라도 실제 현실에서 발생하는 상황을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법이라는 원칙도 중요하지만 법이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기는커녕 오히려 목적에 반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면 즉각 중지시키는 유연성도 필요하다. 서울시는 시민의 안전을 위하여 버스 정차에 관련한 포상금 조례를 거두고 예산을 확보하여 정류장을 후퇴시키는 방법 등의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권정익 경기 고양시 덕양구 행신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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