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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7.31 19:01 수정 : 2008.07.31 19:01

왜냐면

ARS시스템 10분 기다려도
‘통화량이 많으니 잠시 기다려 주세요’
노인들은 ‘통신의 자유’ 박탈
요금 부담까지 지우니 짜증 두배

안녕하세요? 저는 뇌성마비로 1급 장애를 가진 사십대 후반의 채경선입니다. 우리 헌법 제21조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표현의 자유가 있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누구나 정보를 공유하고 또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언론 자유가 있는 것입니다. 통신에서도 모든 계층이 정보교환을 원활히 할 수 있어야 합니다.

1980년대만 해도 각 공기업이나 사기업들은 교환원이 직접 전화를 받아 상담을 해주고 친절하게 민원을 처리해 주었으므로 모든 계층이 통신의 자유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통신기술의 발달에 따라 언젠가부터 자동응답 시스템(ARS)이라는 전화교환 방식이 도입됨으로써 공기업이나 사기업이나 거의 모두가 전화국과 결탁해서 그러는지 몰라도 소비자에게 유료전화인 1588이나 1544를 이용하게 하여 일부 계층만 손쉽게 통신의 자유를 누리고 일부 계층은 그 자동응답 전화 방식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몸이 불편한 장애인은 한 번 공기업이나 사기업에 1588을 누르면 버튼 누르기가 무척 힘이 드는데 몇 번 눌러라, 몇 번 눌러라 컴퓨터 음으로 멘트가 나옵니다. 그리하여 겨우 상담원과 연결되는 음이 들리는데, ‘통화량이 많으니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라는 말을 반복해서 짧게는 1분, 길게는 10분까지 기다려 봤습니다. 이렇게 힘들게 이용하는 계층이 있는가 하면 아예 이 시스템 탓에 통신의 자유를 박탈당하는 계층이 있습니다. 이는 분명 헌법 제18조에 위배되는 현상인데, 그 부류는 바로 60살이 넘은 대부분의 어르신네들입니다. 저희 아버지께서 2006년에 81살을 일기로 별세하셨는데, 살아생전에 “관공서나 주택공사 같은 기업에 1588, 1544로 전화하면 뭐 눌러라, 뭐 눌러라 하는데 뭘 누를지 몰라 겁이 나서 아예 전화를 못하고 버스 타고 직접 그 기업에 찾아가서 볼일을 보고 온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제가 아는 모든 일반인들도 1544나 1588을 이용하면 짜증부터 난다고 합니다. 그 첫째 이유가 기업들이 소비자를 상대로 막대한 수입을 올리는데 전화비마저 소비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이고, 둘째는 몇 번 눌러라, 몇 번 눌러라 해서 시간을 질질 끎으로써 요금이 더 나오게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셋째로 외출 시에 휴대폰으로 1544나 1588을 이용할 때는 전화요금이 더 많이 나오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특히 카드사를 이용할 때는 그네들이 소비자를 상대로 엄청난 자금력으로 수익금을 벌어들이는데 자동응답 방식의 전화교환으로 소비자들에게 막대한 전화요금을 부담시키는 것이 부당함을 주장합니다. 따라서 옛날 전화교환원 방식으로 전적으로 돌아가지 못할 바에는 무료 전화인 080을 적극 활용하여 자동응답 시스템으로 바꿔서 소비자에게 요금 부담을 지우지 말고 공기업이나 사기업의 민원을 처리하는 데 편안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정부와 기업의 의무와 사회적 윤리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제가 자동응답 시스템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이유는 또 한 가지 있습니다. 저는 1544나 1588의 전화교환 방식을 없애버리고 모든 기업이 옛날 전화 교환원 방식으로 돌아간다면 정부의 일자리 창출 노력에 일조를 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채경선 전주 덕진구 여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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