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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8.07 18:57 수정 : 2008.08.07 18:57

왜냐면

“전교조에 휘둘리면 교육 무너진다”
불리할 때마다 일방적 매도 표몰이
희망의 교육 말하는 전교조가
왜 어떻게 틀렸다는지 당당히 말하라

지난 7월30일 치러진 서울시 교육감 선거를 ‘예배후 행사’로 부르는 이가 많다. 예배와 결합한 행사라는 것인데, 그 후 수도 서울에는 또 하나의 새로운 시가 탄생했다고 한다. ‘강남시’가 그것이다. 짧게는 1년10개월을, 그 ‘강남시’는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우월적 지위를 물샐 틈 없이 지켜 줄 ‘빗장의 도시’, ‘산성의 도시’가 될 것이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교육감 당선자 또한 부인하지만은 않는 것 같다. 그는 당선 뒤 벌인 인터뷰를 통해 말했다. “특히 목사님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다 아는 사실이지만, 서울시의 교육감을 뽑는 선거에서, 지금 당선된 후보자는 선거 기간 내내 ‘전교조에 휘둘리면 교육이 무너집니다’라고 외쳐댔다. 보수 언론이 조롱이나 하듯 ‘강남시’ 사람들의 목소리라며 전하는 내용도 동일하다. “우리 강남 엄마들은 전교조 반대를 위해 휴가까지 미루고 투표장으로 달려갔다.”

어떤 정책으로 어떻게 서울 교육을 바꾸겠다는 것인지, 시민사회와 교육 관련 단체들이 몇 차례 토론회를 열었지만 지금 당선된 후보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지난 3년 동안 부패지수 꼴찌라는 객관적인 사실에 대한 지적조차 네거티브라고 억지를 썼다. 검증되어야 할 것들은 모조리 무시하고 그 자리, 그 시간에 전교조를 물고 뜯었다.

17대 국회에서 첫 번째 사립학교법이 개정되었을 당시에도 그랬다.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은 ‘전교조에 아이들을 맡길 수 없다’는 어깨띠를 두르고 의사당 시위를 벌였고 거리집회를 했다. 지금이나 그 때나 불리한 국면에서 일방적으로 전교조를 매도하고 나서는 그 황당한 모습은 어쩌면 그리도 닮은꼴일까. 그들이 필요 이상으로 전교조를 두려워하고 있다는 외에 다른 이유를 찾기란 쉽지 않다.

선거 결과에 대한 해석은 더욱 가관이었다. 먼저 대통령이 나서서 서울시 교육감 선거가 마치 ‘미친 교육’에 대한 면죄부라도 되는 듯 호들갑을 떨었다. 그 ‘미친 교육’ 때문에 청와대의 수석 비서관과 비서진, 그리고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경질한 대통령이었다.

보수 언론은 한술 더 떴다. 이번 선거의 결과가 ‘전교조 교육에 대한 파문 선고’라고 어깃장을 지르고 나섰다. 그들의 주장대로 하더라도 ‘전교조 교육’은 ‘강남시’에서만 패배했다. 서울의 25개 구 중 그들은 불과 8개 구에서 앞섰다.


‘강남시’ 교육감과 보수 언론이 말하는 ‘경쟁’은 우리의 아이들을 성적순으로 줄세우고 그 속에서 우월적 지위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성적순’은 두 말할 나위 없이 부모의 개입을 전제로 한다. 부모의 충분한 뒷받침을 받는 아이들은 앞서 나갈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들과 부모들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국제중을 설립하겠다고 하자마자 초등학생을 상대로 불붙는 사교육 시장을 보라.

이런 불공정을 공정하게 하자는 것이 전교조가 말하는 희망으로서의 교육이다. 희망은 모두에게 적용된다. 그래서 전교조는 ‘경쟁’보다는 ‘더불어 사는 삶’을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학교에서의 다양한 교육을 통해 창의력과 상상력을 키워주는 교육을 하자고 주장한다. 그것이 왜, 어떻게, 틀렸다는 것인가?

무엇이 틀렸는지, 필요하다면 당당하게 나서서 토론을 요구해야 한다. 물론 전교조의 방법론이 틀릴 수 있다. 틀렸다면 고쳐야 한다. 비판도 달게 받겠다. 하지만 정당한 비판이어야 한다. 자신들이 갖고 있는 사회경제적 지위를 대물림하기 위해, 자신과 남을 차별하는 교육환경을 요구하는 이기주의는 철저히 숨기고, 그런 잘못을 지적하는 전교조만을 일방적으로 매도해서는 안 된다.

터무니없이 전교조를 욕한 대가로 오늘 작은 이익을 얻었다 한들, 그렇게 해서 얻은 이익이 가면 또 얼마나 가겠는가. 그렇게 만든 ‘빗장의 도시’가 오히려 그 자신들을 철벽의 성곽 속에 꼼짝 못하게 가두어 버려서 그들을 세상의 조롱거리로 만들지나 않을까, 뜻있는 이들은 오히려 그것을 걱정한다.

정진후 전교조 수석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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