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회사 차원 ‘숲되살리기’ 기부 결정하고그 목적에 맞게 쓸 단체 찾았으나 헛수고
내가 꼭 원하는 기부처 없어 아쉬움 소설만 써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작가는 이 나라에서 1%도 안된다. 당연히 대개의 작가는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고, 나도 작은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인터넷 등을 통해 독일의 친환경 천연 화장품을 파는 일이다. 따라서 당연한 일이지만 우리 회사는 이른바 ‘환경보호’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천년 명찰 낙산사에까지 밀어닥친 양양 산불 사태 때 우리 회사는 어떤 식으로든 돕고 싶었다. 하지만 뚜렷한 철학을 가지고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숲되살리기’란 명확한 목적에 회사 형편으로는 적지않은 기부를 하기로 전사원이 결정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기부할 곳을 찾는 일이 결코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믿을 만한 엔지오 단체들과 연락해 봤지만 회사의 확실한 목적에 맞게 기부금을 사용해 줄 만한 곳은 없었다. 언론사나 정부에서는 피해를 입은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모금 활동들을 하고 있었지만 ‘숲되살리기’에만 기부금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반응들이었다. 일단 지방별로 있는 모금 위원회나 언론 등에 기부를 하면 알아서 분배하여 사용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좋은 일을 하면 되지, 왜 그렇게 까다로운 전제조건(?)을 다느냐는 것이다. 보름 넘게 마땅한 기부처를 찾았지만 헛수고였다. 피해지역의 산림 담당들까지 난색을 표하기도 했다. 결국은 두리뭉실하게 강원도 지역의 한 곳에 기부를 하면서 “가능하면 꼭 숲을 되살리는 곳에 사용해 달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직원들도 섭섭해했다. 단 몇백평이라도 파아랗게 되살아나는 숲을 상상하고 적극적으로 돕자고 했던 처음의 취지가 유야무야되고 말았으니까. 목적이 뚜렷한 ‘심장병어린이 재단’이나 김순권 박사가 이끄는 ‘옥수수 재단’ 등이 물론 우리나라에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저런 일에 사용해 주세요, 하고 구체적으로 기부의 목적을 설정한 후에 마땅한 기부처를 찾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의 과감하면서도 확실한 사회적 기부 활동이 연일 매스컴을 타던 것이 바로 얼마 전의 일이다. 우리 언론들은 이에 큰 관심을 가졌고 대서특필 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정작 ‘내가 원하는 기부처’를 찾기조차 쉽지 않다. 누구는 한비야씨가 활동하는 ‘월드비전’ 같은 곳이 많이 있고, ‘그린피스’ 같은 엔지오 단체도 얼마든지 있는데 무슨 고민이냐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렇다. 하지만 물질로든 몸으로든 봉사를 원하는 개개인들은 나름의 철학이 있고 이왕이면 기부나 봉사가 뜻한 바 제대로 쓰이기를 원한다. 그리고 그 결과가 ‘보람있는 일’로 이어지기를 소망한다.
올해 우리 회사의 ‘사회와 함께하는 로고나’라는 테마의 기부는 아프리카 지역의 빈곤지역을 선택해 8명에게 10년 동안 ‘해외 아동결연’ 기부와, 공정무역으로 제3세계 피지배 계급을 돕는 사업이다. 2008년에는 이렇듯 의미있는 일들이 가능해져서 회사 사원들이 무척 좋아하고 있다. 이제 한국에서도 기부 문화가 조금씩 커가고 있다. 주위를 살펴보면 적은 돈을 꾸준히, 남몰래 기부하는 사람들도 많다. 온 몸과 마음으로 ‘호스피스’ 일을 하는 분들도 적지 않다. 그러기에 정부, 지자체, 그리고 엔지오들도 좀더 많은 연구와 노력을 해 주었으면 좋겠다. 박인성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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